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을 포함한 14명에 대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 절차를 진행했다.
공판준비는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 입장 확인을 통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로, 이날은 재판 준비 기일인 만큼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 회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해 회계 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2020년 9월 검찰에 기소됐다.
하지만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지난 2월 이 회장에 대해 19개 혐의 전부에 무죄를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에게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이 회장과 같이 기소된 최 전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에게도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항소심에서 쟁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싸고 불법적인 것이 없는지 여부다. 1심에서 일부 증거가 인정되지 않은 만큼 이들 증거 자료가 다시 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놓고 검찰과 이 회장 변호인단 양측 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질 예정이다.
검찰이 2심 진행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와 법리를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심 직후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증거 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항소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재판 사안이 워낙 중대한 만큼 어떤 판결이 나더라도 이번 사건이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1심이 판결까지 3년 5개월가량 소요된 만큼 항소심과 상고심까지 더하면 최종 판결까지는 4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