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씨 측에 430억원대 금전 지원한 혐의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1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날 새벽 4시55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금액은 43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삼성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해 출연한 204억원의 기부금과 승마 컨설팅을 명목으로 최씨 측에게 보낸 280만유로(우리돈 약35억원),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같은 삼성의 지원이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을 승계한 것에 대한 대가라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었다.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삼성 합병을 도와준 데 대한 답례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반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가 모두 포함된다고 특검은 밝혔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돌려 지원 자금을 마련했다고 보고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지만 구속 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일단 힘이 수사에 빠지게 됐다.
반면 삼성 측은 ‘박 대통령의 협박과 강요·압박성 요구 때문에 최씨 측에 어쩔 수 없이 거액을 지원했다’는 입장으로 그룹 경영 공백 우려와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야 하고, 도주나 증거의 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 기각을 요청한 점이 받아들여지면서 일단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