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칼럼] 직장인 슬럼프, 이제는 적극적으로 대처하자

2017-07-27 07:28
  • 글자크기 설정

[사진=이종서강사]

직장인 슬럼프, 이제 ‘바라만 보던 그대’가 아닌, 적극적으로 다가서서 제대로 대처하자.

머리에 안개가 낀 듯 업무는 손에 잡히지 않고 나사 풀린 듯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집과 회사를 기계처럼 왔다 갔다 하고 있지 않은가?

뭘 해도 재미도 없고 활력도 없고, 보람도 못 느끼는 상태. 그저 물의 흐름에 운명을 맡겨버린 작은 종이배처럼 허우적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나았다 싶으면 또 찾아와서 자꾸만 노크를 해대는 이상한 손님.

열어주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방문을 열어젖히는 반갑지 않은 손님!

지금 온몸을 휘두르는 밧줄에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인가? 바로 슬럼프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슬럼프 유형 [1] 업무스트레스, 번아웃 증후군

직장생활 5년 차 김 대리, 신입사원 시절에는 낯선 분위기와 긴장감에 내맡겨져 어찌됐든 일을 배우는 재미라도 있었지만, 요즘은 통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업무에 몸은 익숙해졌지만 마음은 익숙지 않다. 어제 했던 일을 실수하기도 하고 박 과장의 업무 지시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왠지 달갑지 않다.

3개월의 장기간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후련할 줄 알았지만 갑작스러운 공허감이 밀려왔다. 내가 자발적으로 임무를 완료한 건지 쫓기듯 일을 완수한 건지 마음속은 늘 찜찜하다.

잠시 쉬고 업무로 복귀해야 하건만 그 텀이 쉽게 줄어들지 않고 마음은 붕 뜬 상태다. 같은 패턴의 업무, 인상 찌푸리고 있는 상사의 얼굴도 눈에 밟힌다. 이런 마음 상태여도 좋든 싫든 결국 내가 가야할 곳은 내 자리. 내 책상 앞이란 것이 끔찍하다. 그렇게 바라던 취업이었고 업무에도 목숨 걸었던 지난 몇 년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이때, 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슬럼프 솔루션 ] 행복한 딴 짓이 필요하다.
아무리 능숙한 직원이더라도 업무의 절대량에 장사는 없다. 일에 능숙하고 요령을 알고 있는 실무자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시간에 안간힘을 써서 업무를 끝내는 것은 책임감 면에서 박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끝없이 밀려드는 업무를 숨 쉴 틈 없이 쳐내고 또 쳐내면서 일시적인 안도감만 느끼며 업무에 몰입하다 보면 자신의 상태를 돌아볼 타이밍을 놓친다.

지칠 대로 지쳐서 누군가의 부축을 받을 때가 돼서야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게 된다. ‘아 내가 지쳤구나’

기존의 ‘긍정적으로 마음가짐을 가져라’, ‘식단을 조절해라’ 등의 극복 방식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슬럼프는 극복이 아니라 ‘예방’이 우선이다. 슬럼프 한번 없이 고속도로처럼 매끄러운 인생을 살기란 쉽지 않다. 이점을 인지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인에게는 연신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지만, 자신은 ‘안녕’한지 들여다보지 않고 살아간다. 마음이 무너졌을 때, 그 상황에 직면해서야 보듬으려 하고, 몸이 망가졌을 때 운동을 시작하고, 마음이 진창이 되고 나서야 여행을 가려고 한다.

쉬는 날 하루라도 자신을 위해 행복한 딴 짓을 할 권리가 있다. 자신이 업무 외에 무엇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고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얻는지 의식적으로 찾아내 보는 것이다. 동네 산책을 하며 일상이 주는 고마움을 온전히 느껴본다.

조조영화를 보고 주말을 길게,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어 보자. 비를 맞은 듯 땀을 뺄 수 있는 클라이밍에 도전해 보자. 주말 내내 잠만 청하고 다시 업무를 맞이한다면 오히려 지칠 수 밖에 없다. 슬럼프를 맞닥뜨리고 아파하기 전에 자신을 관찰해야 한다. 수시로 자신을 살피는 힘이, 망가졌을 때 부랴부랴 극복하느라 드는 힘보다 덜하다. 인생의 환기를 시켜줄 행복한 딴 짓을 하면서 말이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것이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기쁨임을 되새겨보자. 두 다리가 멀쩡해 산책할 수 있는 기쁨, 밤에 시끄럽게 떠드는 이웃이 없어 조용히 잠들 수 있는 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가족끼리 얼굴 맞대고 먹는 한 끼 식사. 찾아보면 번아웃을 녹여버릴 일상의 기쁨들이 많다.

■슬럼프 유형[2] “이 사람 정말 싫다, 안볼 수도 없고”

‘아, 박 부장님 기침소리도 듣기 싫다.’ 김 대리는 뒤에서 다가오는 박 부장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체할 것 같은 기분이다. 사람이 싫어지면 그 사람이 어떤 말, 행동을 하든 선입견이 생기고 진저리를 치게 된다. 김 대리는 상황이 심각해 일요일 저녁만 되면 박 부장의 얼굴이 떠오르고 회사에 가기 싫어졌다.

월요일은 말조차 섞기가 싫고 목요일 즈음 기분이 나아지는 ‘상사병’이 반복되고 있다. 회사에서 겪는 ‘대인관계 슬럼프’가 힘들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싫어하는 친구, 내 인생에 해만 끼치는 친구는 카카오톡 차단을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직장이라는 울타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불가능하다. 업무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선택한 만남이 아니라 ‘선택된’ 만남이기에 차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차단하기 어렵다고 그대로 날선 대립 속에서 방치하는 것도 고통의 연속이다. 결국 파티션 사이를 두고서나, 회사 복도에서든, 회의에서든 만날 사람이기 때문이다.

[ 슬럼프 솔루션 ] 감정 분리 연습, 사람에 대한 기대치 낮추기.
싫은 사람이더라도 후배니까, 아니면 상사니까 상대방에게 더 의식적으로 다가가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굉장히 적극적인 방법이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어떻게 쉽게 다가가란 말인가. 쉽지 않다.

이러한 적극적인 방법이 힘들다면 감정과 사실을 분리하는 방법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박 부장이 내게 업무적으로 화를 내더라도 사실과 감정을 철저히 분리해 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박 부장이 화를 낼 때 물리적으로 타격을 입는 것은 김 대리일까? 아니, 박 부장 본인의 심장을 비롯한 기관지에 무리가 갈 뿐이다.

업무적으로 지적을 받았다면 지적을 한 상사의 인간 됨됨이를 배제하고, 지적한 사실관계 만을 따져 봐야 한다. 단지 ‘지적’했다는 사실에 ‘싫어하는 감정’까지 덧씌워 상사를 미워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대로 후배를 멸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다소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상대방도 나한테 무언가 건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면 돌아오는 것이 없어도 견딜 만하다. 도움만 받고 힘들 때 모르는 척 하는 후배, 상사가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인격 문제이지, 내 잘못은 없는 것이다. 내 잘못인 것처럼 매사에 스트레스 받고 힘겨워 하며 파티션 밑에 머리를 박고 있어도 지나가는 동료들은 무슨 일인지 눈치 채기도 힘들다.

싫어하는 상사라면 맞불을 놓기보다 오히려 업무적으로 더 도와주고 내 존재감을 어필하는 것도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다.

■슬럼프 유형[3] 뒤를 여미면서 앞도 내다보는 직장인 되기.

직장생활 12년 차 윤 과장은 알 듯 모를 듯한 공허감에 휩싸여 있다. 숨 가쁘게 달려온 것만 같은 지난 10여 년의 세월. 직장생활에서,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이겨냈다는 자부심을 가진 것도 한때였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 것 같은 마음보다는 오히려 앞으로의 10년이 어떻게 펼쳐질지 두렵기만 하다.

눈이 초롱초롱한 신입직원들과 어깨가 축 처진 퇴직 선배들을 보니 그 사이에서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나이가 먹는 만큼 노련미가 더해지고 여유가 생길줄 알았건만 직장생활을 할수록 초조함과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10여 년 동안 변함없던 내 의자, 책상에 대한 고마움 보다는 앞으로 지켜내야 할 것만 쌓인 것 같아 퇴근길 발걸음이 무겁다.

지금까지 잘 버텨온 직장생활인데 어느 순간 정체되는 것 같고 앞으로의 5년, 10년이 어둑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 슬럼프 솔루션 ] 종이에 적는 순간 불안감도 눈에 보이기 마련.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 봤을 때, 발자취가 느껴지지 않을 때 불안감을 느낀다. 내가 이정도의 노력을 했던 것 같은데 그만한 결과치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공허함이 생긴다. 직장인들은 업무에서나 인생에서나 이러한 기분을 문득 느낄 때가 있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고는 한다. 마라톤이 힘든 이유는 무엇일가? 42.195km라는 거리 자체가 압박감을 주기도 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골인지점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이다. 같은 풍경이 이어지는 환경 속에서 이정표도 없이 같은 속도로 장거리를 뛰는 것은 쉽지 않다. 중간 중간 쉼표를 넣어줘야 하고, 이정표를 박아두어야 한다.
 

[사진=버터플라이]

인생도 마찬가지고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중간 중간 쉼표가 필요하다. 이 쉼표는 자신의 경력사항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직장생활 외의 꿈도 키워보는 시간이 된다. 10여 년 동안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해왔다면 전문가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돌아봤을 때 자신의 경력을 뒷받침 할 만한 기록이 없으면 공허감과 불안감이 엄습한다.

중요한 것은 머리로만 느끼는 발자취가 아니다. 자신이 입사 이후 진행해왔던 프로젝트, 프로모션, 행사 등 업무의 궤적을 기록해 놓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것은 이직을 위한 기록만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업무에 매진해 왔고 경력을 키워왔으며 그 분야의 인재로 성장하고 있는지 가늠해볼 척도가 된다.

다이어리에 적게는 6개월 단위 길게는 1년 단위로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남기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생의 청사진인 꿈을 적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슬럼프는 목표가 없을 때 쉽게 찾아온다. 거창한 꿈이 아닌 자기계발을 위한 꿈도 좋고 소소한 여행도 좋다. 꿈은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속 꾸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방 벽에 거창하게 붙여놓는 버킷리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업무다이어리 옆 귀퉁이에 살며시 자신의 꿈을 적어놓는다면, 힘든 야근이 끝났을 때 들여다보기만 해도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작은 열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이종서 강사 #버터플라이 #청년기자단 #김정인과청년들 #지켄트북스 #청년작가그룹 #지켄트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