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이명박 정부 때 이뤄졌던 기관장 '전원 물갈이' 수준까지는 아닐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우선 CEO가 공석인 기관 위주로 인선 작업을 착수한 후 기관장 임기와 업무 연속성 등을 두루 살펴 교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권 공공기관 중 수장이 공석인 곳은 Sh수협은행과 SGI서울보증, 한국수출입은행 등 세 곳이다.
수협은행은 행장 추천위원회가 12차례 열렸으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와 수협은행 주식 100%를 소유한 수협중앙회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행장이 석 달 가까이 공석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수협보다 상황이 더 안좋다. 4개월 이상 CEO 없이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보증은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94%를 보유하고 있어 사장 선임에 금융당국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다는 분석이다. 아직 사장 선임 절차에 착수하지 못한 이유다.
수출입은행도 최종구 행장이 취임 4개월 여만에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사실상 공석이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7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최 후보자는 이날 수은에서 이임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수은행장에서 물러났다.
수장의 임기가 1년 미만으로 남은 곳은 금융감독원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있다. 진웅섭 금감원장의 임기는 올해 11월까지로 약 3개월이 남은 상태다. 역대 금감원장 중 임기를 다 채우고 나간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진 원장의 경우, 임기를 채우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재천 주금공 사장의 임기도 오는 10월까지다. 금융위원장 취임 후 후속 인사 기간을 고려하면 김 사장의 교체는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밖에 곽범국 예보 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이다. 2019년이 임기인 기관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2월),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10월),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10월), 문창용 자산관리공사 사장(11월), 김도진 IBK기업은행장(12월),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12월) 등이다. 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의 임기는 2020년 1월로 가장 많이 남았다.
임기와 무관하게 교체가 유력한 인사들도 있다.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그 대상이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거래소는 금융위의 경영평가를 받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했으며 대선 캠프에서도 활동했다. 아직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았지만 유력한 교체 대상으로 언급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권 황태자'로 군림한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은 취임 때부터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다. 정 이사장은 최순실 국정개입 논란에 일조했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 수사를 받았다.
금융회사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고 이익을 대변하는 금융협회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임기는 다음달 종료된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11월)과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12월)도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재 여신금융협회 부회장과 저축은행중앙회 전무 자리도 3개월째 빈 상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두 자리 모두 지금까지 금융당국 인사들이 도맡아온 낙하산 자리"라며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 인선 작업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