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숙 기자 =지난달부터 시작돼 온 걸프 지역의 긴장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카타르는 아랍국가들의 단교를 촉발시킨 '가짜뉴스'의 범인을 색출해 법정에 세우겠다고 17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혐의를 부인하고는 있지만,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이 해킹 사건의 용의선상에 올라 걸프지역 긴장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 카타르 "해킹통한 가짜뉴스 확산 국제법 위반"
WP는 지난 16일 미국 정보당국을 인용해 지난 5월말 카타르의 군주인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의 허위 연설을 올리기 위해 국영 언론사와 소셜 미디어를 해킹했던 사건 배후에 UAE가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유포된 영상에는 이란과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을 두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허위 연설이 담긴 동영상은 카타르가 가짜뉴스라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 확산됐으며, 이후 아랍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에 나서는 촉발제가 됐다.
그러나 UAE는 이같은 WP의 보도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외무장관은 이날 영국 런던 채텀하우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의 친구이면서 동시에 알카에다의 친구가 될 수는 없다"면서 "(카타르는) 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CNN 등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 1981년 GCC 설립이후 최악의 위기···UAE "카타르 태도변화 없으면 축출"
최근 상황은 지난 1981년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GCC) 설립이후 가장 최악의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 10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갈등 중재를 위해 방문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GCC는 1979년 2월 이란혁명으로 인한 왕정붕괴, 1979년 12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1980년 9월 이란·이라크 전쟁 발발 등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바레인 등 6개국 정상들이 결성한 단체다.
상호간의 경제 및 안전보장의 협력과 치안·국방면에서 결속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전세계의 주요 경제공동체 가운데 하나다. 경제·언어문화·종교 등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는 회원국들은 1983년 3월부터 역내의 관세장벽 철폐, 여행제한의 해제 등을 실시했으며, 지난 2008년 1월 1일에는 공동시장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카타르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면서 GCC도 흔들리고 있다. 카타르가 GCC로부터 축출될 가능성에 대해 가르가시 장관은 "GCC는 위기상황에 놓여있으며, 카타르를 그저 몰아내는 것은 조직의 목적과 맞지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합의에 다다르는 것이며, 카타르가 태도를 바꿀 경우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는 있지만, 극단주의자들을 지원하고 우리를 경시하는 국가를 조직의 일원으로 둘 수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