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미 기자 = 이번 주 중동 순방에 나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카타르에서 테러 대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 달 넘게 진척이 없는 아랍 4개국의 카타르 단교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CNN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은 10일 카타르 단교 사태의 중재자 역할을 맞은 쿠웨이트를 시작으로 나흘 일정으로 중동 순방에 나섰다. 이후 11일 카타르를 찾은 틸러슨 장관은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과 기자회견을 통해 양해각서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밝히면서 “카타르 국왕이 트럼프 대통령의 테러자금 지원 중단 요구에 처음으로 응답해 준데 갈채를 보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국왕과 정상회담을 끝난 뒤 트위터를 통해 카타르가 극단주의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중동 국가들에게 테러 대응을 위한 역할을 촉구했다. 약 2주 뒤인 6월 5일 사우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아랍 4개국은 카타르가 테러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단교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테러 문제로 카타르를 언급하고 친사우디 노선을 노골화하면서 중동 수니파 맹주 사우디가 독자적 외교 노선을 걷는 카타르에 단교까지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아랍 4개국은 국교 회복 조건으로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지원 중단 △카타르 국영매체 알자지라 폐쇄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 △카타르 주둔 터키군 철수 등이 담긴 13개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카타르는 수용을 거부했다.
이날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카타르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부각시킴으로써 카타르를 중동의 ‘왕따’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의도라고 RBC 캐피탈 마켓츠의 헤밀라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 전략가는 CNBC에 말했다.
카타르 단교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중동에서 IS 격퇴를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이 물거품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국이 적극적 중개 역할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타르에는 미군의 IS 공습기지인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가 있어 현지 IS 대응을 위한 사령부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아랍 4개국의 반응은 냉랭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은 11일 성명을 발표하고 테러 및 지역 안정과 안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카타르 제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UAE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일시적인 해결책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틸러슨 장관은 12일 사우디를 방문해 이들 4개국 외무장관들과 회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