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미 기자 = 브라질 역사상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정치인으로 꼽히는 좌파 노동당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브라질 연방법원으로부터 부패 및 돈세탁 혐의로 9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룰라 전 대통령의 내년 대선 출마가 어려워졌다는 소식에 브라질 증시는 1.6% 급등했다.
CNBC와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연방법원의 세르지우 모루 판사는 룰라 전 대통령이 정치인, 기업 총수, 중개인으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수수한 혐의가 인정된다면서 9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상파울루 소재 인스페르 대학의 카를로스 멜로 정치학과 교수는 가디언에 "이번 판결은 룰라 전 대통령에게나 그를 지지했던 국민에게나 상당한 충격"이라면서 "이제 룰라의 판결을 두고 정치적 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나온 뒤인 12일 브라질의 벤치마크 주가지수인 보베스파 지수는 1.6% 상승하면서 마감했다. iShares MSCI 브라질 상장지수펀드는 2.98% 치솟았다.
XP 증권의 알베르토 버날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장이 원치 않는 후보 한 명이 제거됐다"고 말했다. 좌파 노동당의 룰라 전 대통령의 내년 대선 출마가 어려워진 만큼 이번엔 친성장·친기업· 정책을 펴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03년부터 두 번의 임기를 거치면서 사회정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빈곤 문제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지지율 83%로 명예롭게 퇴임했다. 그의 후광 덕에 지우마 호세프도 2010년 10월에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대통령 모두 브라질 정치권에 뿌리 깊은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호세프 대통령이 작년 탄핵 당한 데 이어 룰라 전 대통령도 중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다.
브라질의 대대적인 반부패 수사인 이른바 '세차작전'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브라질 국영 에너지업체 페트로브라스에 납품과 건설 계약을 따기 위해 OAS, 오데브레시 등 브라질 대형 건설사들이 정치권에 뇌물을 제공한 것과 관련한 수사로 지금까지 이와 관련해 수백명이 체포됐다. 세차작전을 이끄는 것은 세르지우 모루 판사다. 그는 성역 없는 수사로 브라질의 국민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날 룰라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선고한 이도 모루 판사다.
세차작전의 칼날은 미셰우 테메르 현 대통령에게로까지 향하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은 부패 혐의로 지난 6월 26일 검찰에 기소됐다. 513명으로 이뤄진 하원에서 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테메르 대통령은 6개월 동안 직무가 정지되고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된다. 하원은 테메르 대통령 기소 안건을 넘겨받았지만 이를 가결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