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 해지규모가 집계가 시작된 이래 지난해 최대치를 돌파했고, 올해는 이를 더 뛰어넘을 전망이다. 그만큼 가계 사정이 팍팍해졌음을 의미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동안 국내 생명보험사의 보험 해지 건수는 121만여건으로, 5조5000억원 규모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 가량 늘어난 수치이다. 같은 기간 신계약 건수도 21%나 급감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보험 해지 환급금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12조원대를 유지하던 해지환급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7조7885억원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2009년 13조3666억원으로 다시 줄었으나 2011년 14조9579억원, 2012년 16조9251억원으로 늘었다. 2014년에는 17조1271억원까지 증가해 2015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인 18조4651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20조117억원을 기록했다.
보험계약자가 상품을 해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보험계약 해지 증가 추세를 경기불황,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인한 생계형 보험 해지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보험연구원의 ‘보험소비자설문조사’에 따르면 2015년 대비 2016년 전체 가구 보험가입률이 81.8%에서 76.5%떨어졌다. 소득층으로 분류하면 저소득층은 14.9%나 하락했다.
또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보험료 납입이 어려워서’ 또는 ‘목돈이 필요해서’라고 답했다. 즉, 보험해지의 주원인이 생계를 위해서임을 의미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실물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최근 보험계약 해약환급금이 늘고 있다”며 “미국발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시장 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가계 경제 위축에 따른 보험 해약이 당분간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