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정부가 코레일과 SR의 통합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양 기관 간의 대립각이 첨예해지고 있다.
코레일과 SR은 각기 통합 시의 시너지 효과와 폐해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이들의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코레일과 SR 통합 논의를 둘러싼 주요 이견 4가지에 대해 분석해본다.
KTX와 SRT 이용객 입장에서 가장 먼저 피부에 와 닿는 부분은 바로 요금 차이다. SRT는 KTX 대비 10% 요금이 저렴하다. 서울역·광명역·수서역의 중앙 지점에 해당하는 서울 동작이나 관악 주민들은 당연히 SRT와 KTX 이용을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SR 관계자는 "SRT가 개통한 이후 이를 이용하는 이용객들은 당장 10% 요금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레일은 "정부가 SRT에 대해서만 요금을 인하해 강남권 주민들만 혜택을 받는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통합 운영을 하게 되면 차량이 1일 기준 46회, 약 2만7000석의 좌석이 늘어난다. 충분히 요금을 10%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 문제
코레일은 올해 1분기 47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연말까지 최대 200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공사로 전환된 2005년 5373억원의 적자를 냈고, 2013년까지 계속 이 상태가 이어지다가 2014년 1034억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코레일 측은 SRT 개통으로 강남 등 수도권 남부지역 고속철도 수요가 전이되면서 전년 대비 약 3000억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일부 수익성이 낮은 벽지 노선은 폐선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R 측은 "코레일의 실적 손실이 과연 고속철도 문제에 국한돼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반박했다.
◆고객 편의 개선됐나
SR은 SRT 개통과 함께 넓은 좌석, 전 좌석 충전 콘센트 설치, USB 포트 설치, 와이파이(Wi-Fi) 속도 향상 등의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코레일 역시 SRT 개통 이후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고, 광명역 셔틀버스 운영, 새로운 앱 서비스 제공 등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SR 관계자는 "SRT 서비스는 고객들이 가장 만족해 하는 부분들이다. 철도 경쟁이 아니었다면 이런 서비스 개선이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코레일 관계자는 "SR의 차량은 코레일로부터 임대된 것이다. 충전 콘센트가 있는 것은 경쟁의 효과가 아니라 신형 차량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완전 경쟁체제 도입 논란
코레일 측은 SR과의 경쟁이 애초부터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코레일과 SR이 국토교통부의 영향 아래 놓여 있어 운영사 간 자율경쟁이 아닌 정부주도의 관치경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SR은 코레일의 출자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출자회사 관리지침'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코레일은 주주로서의 관리·감독 기능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SR 관계자는 "출자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어 완전경쟁이 무의미하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SR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 그때야말로 제대로 된 경쟁체제가 갖춰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