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철도는 엄연히 '공공재' 특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철도산업은 완전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 관람객 확보를 위해 축구가 야구와 경쟁할 수는 있어도, 같은 1·2부 리그끼리 제 살 깎기를 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코레일 관계자)
"KTX보다 10% 저렴한 요금, 넓은 좌석 등의 서비스는 SRT 개통 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성과를 무시한 채 개통 6개월 만에 무조건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SR 관계자)
코레일은 철도가 공공성 회복을 위해 국가적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SR이 정부의 민영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코레일 출자회사로 설립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코레일과의 완전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과 SR 간의 통합 문제가 새 정부에서 논의됐다는 자체가 매우 고무적이다. SR은 출범 초기부터 추후 민간매각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았다"며 "코레일은 SR의 지분 41%를 확보한 최대 주주임에도 불구, 코레일 사규인 출자회사 관리지침에 따라 자회사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을 전혀 행사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또 양사의 열차 운행, 운임 등 주요 정책 수립도 코레일이 아닌 정부가 관여한다. 애초부터 완전경쟁이라는 말이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SR 측은 경쟁체제의 긍정적인 효과로 시민들이 과거보다 체감하는 편익의 폭이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SR 관계자는 "철도가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가치는 이용자의 편익 증대"라며 "또 SRT는 도입 된지 불과 반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가 쌓여있지 않은 상태로 경쟁체제 효과를 분석하기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공공성과 이용자 편익 증대는 양측의 표면적 주장이고 속내는 따로 있다는 관측도 있다. 코레일은 SR의 황금노선인 수서~평택 61㎞ 구간을 확보할 경우 수익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올해 1분기 47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이로 인해 적자 수준이 연내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코레일은 대규모 영업적자가 SRT 개통에 따른 고속철도 고객 이탈이라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합의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수서~평택의 황금구간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코레일 입장에서는 이번 SR과의 통합 논의가 과거부터 논란이 일었던 한국철도시설공단과의 상하통합 문제까지 공론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업계는 평가했다.
한 철도업계 연구원은 "사실 코레일 입장에서는 SR 및 철도공단과 이미 분리가 된 마당에 다시 한 번 이들 기관과의 통합 논의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득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SR의 통합 반대에는 조직의 내부 사정도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SR이 코레일로 흡수 합병된다면 이들 인력 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기관사나 고위 관리직 층 위주로 거센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기존 코레일에서 SR로 이직할 때 연봉이 올랐는데, 통합이 된다면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고용승계가 유리한 사원 급들은 사정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