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국했지만,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를 비롯해 정부조직법, 1기 내각 출범 등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장관 임명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자, 여야 대치 정국의 1차 분수령이다.
문 대통령은 출국 전 국회에 10일까지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절차상으론 11일 이후 문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 바 ‘머리자르기’ 발언으로 보수 야당은 물론 국민의 당까지 격앙되면서 정국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된 상황이다.
야 3당은 두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거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만약 문 대통령이 송영무·조대엽 후보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추경은 물론 정부조직법 개편안까지 국회에 발목이 잡히면서 7월 임시국회는 ‘빈손’이 될 우려가 커진다.
청와대는 일자리 추경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적어도 7월 국회에서는 통과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보다 늦춰질 경우 사실상 올 하반기 집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 정부 출범 두달이 다 되도록 1기 내각이 공식적으로 출범하지 못하면서 각종 핵심 국정과제들도 줄줄이 지연돼 국정 동력이 크게 떨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방독 기간 조금이라도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정무라인을 총동원했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일단 정면 돌파에 무게를 두면서도 여론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한미정상회담과 G20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추경과 정부조직법 처리, 북한 도발 등 안보 문제에 초당적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문 대통령이 ‘귀국 후 한미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할 겸 청와대로 초청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여야 갈등 상황과 국민 여론을 감안해 간담회 이후 송영무·조대엽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는 여당이 두 후보자 중 한 명은 낙마시킬 수 있다면서 야권의 의중을 타진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야당에 명분을 주기 위해선 한 명 정도는 자진사퇴 또는 지명철회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고위 당·정·청 회동을 통해 여당 내 복합적인 기류 및 야당의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국을 풀 열쇠는 문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하며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정의 고삐를 바짝 죈다. 지난달 27일에 이어 두 번째로 주재하는 이번 국무회의에서 독일 공식방문과 G20 정상회의 참석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후속조치를 지시하는 한편 각종 현안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우리 군의 대비 태세를 점검하는 한편, 방독 기간 '베를린 구상'을 밝히면서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과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할 것을 공식 제안한 만큼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과 후속 조치도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또 올 하반기 내 G20 기간 짧게 환담한 중국·일본·러시아 정상과의 정식 회담을 갖기 위해 회담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