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제재·대화 병행’이라는 북핵의 단계적 해법과 관련해 한국의 주도권 행사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일종의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여겨지는 ICBM을 발사함에 따라 당분간 북핵 국면은 대화보다는 제재·압박 국면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북한의 ICBM 발사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집중 논의한 직후이자, 오는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미·일과 미·중 사이의 관련 대화를 앞둔 시점에서 이뤄져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G20에서 관계국들의 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북한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메시지를 내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 소장은 "북한이 한·미가 설정한 사실상의 레드라인을 넘었기 때문에 제재와 압박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ICBM 발사는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에까지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미국으로서는 평화적 해결보다는 김정은 정권 붕괴까지 염두에 두고 선제타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연 공동회견에서도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실패했고 솔직히 인내도 끝났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4일(한국시간)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조치로 이런 난센스를 단번에 끝내야 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대북 압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은 최근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한 중국 단둥은행 등 중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와 함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승인하고, 국무부 인신매매보고서에서 중국을 최하위등급(3등급)으로 분류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지 않으면 독자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는 미 언론 보도도 나왔다.
중국 역시 북한의 ICBM 발사로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참하며 북한과 일정 정도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DNI) 산하 비확산센터 소장은 블룸버그에 "특히 이런 시기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추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즉각 중단하도록 더욱 강하게 작업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ICBM 보유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라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번 ICBM 시험발사에 대해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도록 반드시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ICBM 발사로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북한은 이에 대응해 또 다른 무력 도발로 맞서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이 ICBM 발사를 무기로 대화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남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운전석에 앉는다 했지만, 미국이 다른 차량을 몰고 가야 할지 모른다"면서 "북한이 조만간 평화협정 체결 등 다양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협상을 타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ICBM 도발에도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하되, 민간교류를 비롯한 남북관계 주요 사안은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원칙은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