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일본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 도지사가 이끄는 '도민우선(퍼스트)회'를 비롯해 고이케 지지세력이 전체 과반을 차지했다. 고이케 도지사는 지난해 7월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뒤에 꾸준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의회선거에서도 대승을 거두면서 차기 총리 후보자로 급부상했다.
선거 뒤 NHK와의 인터뷰에서 고이케 도지사는 "매우 기쁘다. 그러나 동시에 책임의 무게도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라며 이번 선거 결과가 자신의 예상을 넘어선 성공이었다고 말했다.
고이케 도지사의 이력은 정치인으로서는 다소 특이하다. 1976년 이집트 카이로 대학을 졸업했으며, 아랍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통역을 하기도 했다. 닛폰TV와 TV도쿄 등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1992년 참의원(상원) 선거 때 일본 신당의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14년까지 효고현과 도쿄도에서 8선을 하면서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일본 신당과 신진당, 자유당, 보수당 등을 거쳤으며, 2000년 자민당에 입당했다.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집권 당시 환경상을 맡았으며, 2007년 첫 여성 방위상을 역임했다. 고이케 지사가 초록색을 홍보색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환경상을 맡았던 경력과도 연관이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고이케 지사는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도쿄도지사 선거 때 자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정부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고이케 지사의 정책 방향은 시민들의 큰 지지를 받았으며, 고이케 지사의 지지율은 최고 70%대까지 치솟았다.
고이케 지사를 중심으로 한 도쿄의 지역정당 도민우선회는 지난해 9월에 결성됐다. 니케이아시안리뷰는 "이번 선거를 통해 일본 정치에서 고이케의 영향력과 권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두둑한 배짱으로 자민당 대항마로…극우성향의 대표적 반한파
고이케 지사는 두둑한 배짱으로 일처리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선 뒤 자민당이 추진해온 주요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수산물시장인 쓰키지 시장 이전을 환경 평가를 이유로 무기한 연기시킨 것, 도쿄올림픽 개최비용 조정, 지사 급여 삭감 등 굵직굵직한 현안 등에서 거침 없는 행보를 보이면서 시민들의 인기를 얻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평가했다.
고이케 지사의 성향은 극우로 알려져 있다. 일본 내 최대 우익단체 '일본회의' 소속이며, 2005년에는 환경상의 신분으로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에 있어서도 극우주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대표적 반한파(反韓派)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