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마다 세부전략에는 차이가 있지만 핵심 포인트는 기술혁신과 사업확장, 신규시장 진출 등을 통한 활로 모색으로 압축된다. 이를 통해 각 그룹은 미국 금리인상, 국제유가 하락, 국내외 정치 지형의 변화 등으로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각오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이달 중순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최고경영진 주재로 하반기 ‘해외 법인장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서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50여명은 트럼프노믹스,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당면한 리스크의 대응방안과 하반기 사업계획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수요 둔화로 전세계 자동차메이커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번 해외 법인장 회의에서는 최근 몇년새 성장세를 타고 있는 SUV 시장의 라인업 확충을 비롯해 경영환경 극복전략이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6~27일 이틀간 해외법인장 등 200여명의 임원진이 모인 가운데 각 사업부문별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회의에서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 등 주요 신제품의 판매 전략과 MC(모바일), CE(소비자가전), DS(디바이스솔루션) 등 각 부문의 주도권 강화 전략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차세대 반도체로 꼽히는 4세대 V낸드의 라인업을 대폭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총 16조원을 투입, 경기 평택 반도체 공장을 준공하고 지난달 말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업계 최대 규모로 부지 면적만 축구장 400개 크기인 289만㎡(약 87만5000평)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관계자는 “최신 제품인 4세대(64단) 256기가비트(Gb) 3bit V낸드플래시를 본격적으로 양산할 것”이라며 “연내 이 제품의 월간 생산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지난달 1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17 확대경영회의'를 갖고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 2.0'을 새롭게 제시하며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확대경영회의에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신무장을 새로 하자는 뜻에서 딥 체인지를 역설한 바 있다. 여기에 사회적 가치를 더한 것이 '딥 체인지 2.0'이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 SK하이닉스가 100%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시스템IC를 지난 1일 출범시킨게 대표적인 예이다. SK하이닉스가 3400억원 상당을 출자했으며 초대 사장은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맡았다.
LG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섰다. LG는 구본준 LG 부회장을 주재로 지난달 중장기 전략보고회를 열고 신사업 발굴 및 확대 지원 등 그룹 사업 전반에 대한 전략 구상을 끝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경우 자율주행 기술 확보와 AI(인공지능), 로봇, IoT(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의 접목 등을 통해 향후 그룹 전체가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직 개편에도 적극 나섰다. LG전자는 CTO(Chief Technology Officer) 부문에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 선행연구소’를 지난달 초 설립했다. 그동안 음성인식, 영상인식, 센서인식 등을 연구해 온 ‘인텔리전스연구소’를 AI을 전담하는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 분야에 집중하는 로봇 선행연구소로 확대 개편한 것이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대응책 마련에 그 어느 때보다도 기업들의 고민이 크다”며 “정부도 경기 활성화를 위해 민간과의 시너지 효과가 큰 분야,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연구개발(R&D)의 재원을 집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