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과 카자흐스탄 접경 지역에 인구 10만명의 작은 국경도시가 하나 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위치한 훠얼궈쓰(霍尔果斯)다.
지난 2010년 5월 이곳에 설립된 78㎢ 규모의 훠얼궈쓰 경제개발구가 ‘중국판 케이만제도’, 조세천국으로 각광받으며 전국 각지에서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중국 경제관찰보가 2일 보도했다.
특히 영화·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기업들이 줄줄이 훠얼궈쓰로 몰려들고 있다.
왕강(王剛) 훠얼궈쓰시 당서기는 지난 달 23일 현지에서 열린 일대일로 영상미디어산업 협력발전교류회에서 "현재까지 모두 1476개 영상 미디어기업이 훠얼궈쓰에 둥지를 틀었다"며 "이들 기업의 법인 등록이 연간 5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개봉한 '나의 붉은고래', ‘서유복요편’, '베이징에서 시애틀을 만나다2' 등의 중국 영화 상영후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에 '훠얼궈쓰 XX 영화회사'라는 글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에서 웬만한 연예인들도 훠얼궈쓰에 영화기업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판빙빙(范冰冰), 덩차오(鄧超), 장자이(張嘉藝), 쉬징레이(徐靜蕾), 우치룽(吳奇隆), 양미(楊冪)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훠얼궈쓰를 미국 영화산업 기지인 할리우드의 중국어 발음인 '하오라이우'에 빗대 '훠라이우(霍莱坞)'라는 부를 정도다.
재밌는 점은 이들 연예인들이 등록한 기업 주소지가 대부분 일치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법인 등록만 이곳에 해 놓고 운영하지 않는 '유령회사'인 셈이다. 현지의 한 법인등록 중개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중국 대다수 스타들이 훠얼궈쓰에 기업 하나씩을 등록해 놓고 있다"며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린 게 대부분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훠얼궈쓰에 기업들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중국에 이만한 '조세 천국'이 없기 때문이다.
훠얼궈쓰 경제개발구는 오는 2020년까지 금융서비스업, 영화, 문화미디어, 정보IT, 관광, 환경보호에너지절약, 바이오제약 등 중점 업종 기업에 한해 각종 세수우대, 재정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설립후 5년간 법인세를 전액 면제해 주고(이후 5년간 50% 감면), 현지 정부는 징수한 부가가치세·영업세·법인세 총액의 15~50% 비율만큼 기업에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또 정보 IT기업의 연간 고정자산투자 총액이 5000만 위안 이상이면 ㎡당 50위안씩 보조금도 지원한다. 이밖에 하이테크 기업의 설비비용투자액의 1%를 재정보조금으로 지원하고, 기업 본사 설립시엔 최고 500만 위안의 사무실 보조금도 지원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훠얼궈쓰 경제개발구에서만 세수 우대혜택을 받은 기업 수는 792곳으로, 감면액은 32억 위안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