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컨베이어 대신 대형 크레인, 조선소 방불케 하는 LG전자 평택 칠러 공장

2017-06-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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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직원이 27일 평택 칠러 사업장에서 칠러의 열교환기를 만들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아주경제(평택)  유진희 기자 = ‘모델명 RCWFAJ3 사우디아라비아 2차’, ‘모델명 WCDS056 이란 7월 출하’ 등.

지난 27일 찾은 LG전자 경기 평택 칠러(Chiller) 공장에 줄줄이 늘어 있던 완성품 ‘칠러’에 부착돼 있는 태그다. 최근 LG전자가 미래 먹거리의 하나로 육성하고 있는 칠러 사업의 성적표이기도 하다.
칠러는 냉각시킨 물로 냉기를 만들어 대형 건물 등에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설비다. 터보 냉동기, 흡수식 냉온수기, 스크류 냉동기 등이 있으며, 빌딩, 발전소 등에 주로 들어간다.

LG전자는 지난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칠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들은 1968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에어컨을 출시한 이래 50년간 축적해온 에어솔루션 역량을 바탕으로 최근 한국 시장을 넘어서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칠러 사업의 성장이 지속적인 투자와 핵심 기술력 확보에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부터 전략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LG전자는 지난해 11월 2000억원을 들여 전주에 있던 칠러 공장을 평택으로 확대 이전했다. 이를 통해 칠러 핵심 부품의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제품의 설계부터 생산, 유지보수까지 일원화했다.

이날 찾은 평택 칠러 공장은 ‘국내 최대’라는 수식어를 증명하듯 먼저 그 규모로 방문객들을 압도했다. 4만8000㎡에 달하는 대지 위에 세워진 공장에는 생산동, 연구시험동, 사무동 등의 대형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기존의 공장에 비해 약 2.5배 확장한 이 공장은 생산동만 총 면적이 축구장 4개를 합친 넓이에 육박한다.

생산동의 첫인상은 LG전자 대부분의 가전공장과 달리 흡사 조선소를 연상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완성된 칠러는 최대 50t에 이르며, 웬만한 부품은 기본적으로 20kg이 넘는다고 한다. 작업도 조립이 아닌 부품을 용접해 하나로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공장 내에서는 일반적인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베이어 대신 대형 중장비들이 부품을 나르고 있었다. 공장 인력들은 자신보다 두세 배는 큰 부품들을 곳곳에서 용접하고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생산동에는 양쪽 생산라인을 잇는 오버헤드 크레인 12대와 한쪽 생산라인에만 고정된 소형 크레인 20대가 설치돼 있다”며 “연간 최대 생산량은 냉동기 기준으로 1000대 수준이며, 실내기 등 부속 제품을 모두 포함하는 경우 2000대까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박영수 LG전자 칠러BD담당 상무는 “LG전자는 칠러 사업 분야에서 40% 정도의 점유율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연매출은 3500억원 수준이며, 향후 연간 10%의 성장을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LG전자 직원들이 27일 평택 칠러 사업장에서 터보 칠러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이 공장의 또 다른 특징은 생산공정이 하나의 라인(Line)에서 이뤄지는 컨베이어 방식이 아니라 숙련된 작업자들이 하나의 제품 전 공정을 책임지는 셀(Cell) 생산방식이라는 점이다. 칠러 생산은 고객이 원하는 사양에 맞춰 설계부터 생산, 검사, 시운전까지 이뤄져 셀 방식이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인력의 숙력도가 칠러의 품질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LG전자가 공장을 이전하면서 생산인력 대부분을 그대로 이동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LG전자 생산기술원과 협력해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칠러 용접 로봇도 생산현장에 도입했다.

공장 관계자는 “생산현장 작업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9년에 이른다”며 “신입사원이 교육을 마치고 생산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려면 약 5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숙련된 인력이 만든 제품이지만 LG전자는 엄격한 성능시험을 통과해야 최종 완성품으로 인정한다. 제품이 당초 설계한 대로 작동하고 최상의 성능을 내는지, 혹은 장기간 사용할 경우 오류가 생기지는 않는지 등을 사전에 테스트한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칠러의 특성상 생산 과정에서 생긴 작은 오차로 인해 실제 성능이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장비가 생산동 한 편에 있는 총 6개의 시운전 설비다. 최대 3000냉동t(1냉동t; 24시간 안에 0℃ 물 1t을 얼음으로 만드는 냉동 능력) 용량의 제품까지 자체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 이 덕분에 LG전자 칠러는 미국냉난방공조협회(AHRI)를 비롯해 미국기계기술자협회(ASME),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여러 국제공인기관으로부터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생산동 옆에는 LG전자의 자랑인 칠러 연구시험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칠러에 적용할 핵심 신기술과 시제품을 테스트하는 곳이다. 공장을 평택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생산동에서 연구시험을 함께 진행했지만, 신공장을 지으면서 연구시험을 위한 전용공간을 새롭게 만든 것이다. 차세대 칠러 기술 확보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다.

연구시험동에는 터보 냉동기에서 냉매를 순환시켜주는 핵심 부품인 ‘임펠러(Impeller)’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성능평가 설비들이 있었다. 특히 임펠러 성능평가 설비는 세계 칠러 업계에서 LG전자가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정진희 LG전자 칠러선행연구팀장 수석연구위원(부사장)은 “평택 공장은 칠러 개발과 생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췄다”며 “오차율 ‘제로’의 1등 품질을 앞세워 글로벌 칠러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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