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헝다(恒大)그룹의 달러 표시 회사채가 급락해 중국 기업 전체에 대한 시장 우려를 키웠다. 최근 국내 자금조달 문턱이 높아진 중국 기업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헝다그룹은 지난주 표면금리 최고 8.75%에 총 66억 달러 대규모 달러 표시 회사채를 발행해 시장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주 첫거래일인 26일(미국 현지시간) 채권가격이 액면가를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져 시장이 주시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중문판이 28일 보도했다. 27일에도 헝다 회사채는 액면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기술적으로는 투자자의 채권구매 방식이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인기가 높은 회사채의 경우 경쟁률을 의식해 실제 수요보다 많은 물량을 신청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수요 이상의 물량을 배정받은 투자자가 헝다 회사채를 매각한 것이 영향을 줬다고 FT는 분석했다.
하지만 단순히 거래방식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헝다가 미국에 거액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과 가격 급락은 최근 중국 금융 당국의 정책 변화와 단속 강화, 중국 기업의 높은 레버리지 비율 등을 보여준다고 FT는 설명했다.
올 들어 중국은 부동산은 물론 금융 시장 레버리지를 줄이고 이에 따른 리스크를 해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시장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여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의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장기적 관점의 전략이다. 이에 따라 역내 회사채 발행 기준을 높였고 이에 기준 미달 기업은 미국 등의 채권시장으로 향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 기업의 해외시장 달러 회사채 발행 규모는 128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로 치솟았다. 발행량 급증은 중국 기업이 주도했다. 중국 기업의 달러 회사채 발행액만 905억 달러에 육박했다. 반면, 올해 중국 기업의 위안화 표시 회사채 발행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발행규모가 커지면서 리스크도 커졌다. 최근 해외로 눈을 돌린 중국 기업 상당수는 신용등급이 낮다. ANZ 은행에 따르면 올해 발행된 아시아 기업 달러표시 회사채 중 정크 본드 비율은 무려 45%로 2년 전의 20%의 두 배를 웃돌았다.
여기다 중국 당국이 규제와 단속의 강도를 계속 높이면서 중국 회사채 시장이 흔들리는 분위기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국 당국은 중국판 할리우드를 노리는 다롄완다그룹, 안방보험, 클럽메드 등을 인수한 푸싱(復星),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하이난 항공과 이탈리아 AC 밀란 인수에 참여한 바 있는 저장(浙江) 로소네리 그룹 등 5개사의 고위험 대출 및 보유채권 파악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주가는 물론 채권가격이 급락했다.
이러한 변화는 투자자의 막대한 손실을 유발할 뿐 아니라 아시아 회사채 발행 시장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중국 등 아시아 기업의 자금난을 조장하고 디폴트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