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칼럼] 격랑의 한반도 긴급진단, 릴레이3 - 자주파의 추억

2017-06-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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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봉현]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8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 중 많은 수가 여전히 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하여 안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지난 19일 워싱턴 발언은 바로 이러한 우리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을 다시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우리는 지난 2004년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극적이었던 ‘자주파’와 ‘동맹파’ 간의 충돌을 아직도 기억한다. 필자는 이 해프닝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한국 사회의 깊은 곳에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심각하게 느꼈으며 최근 문 특보의 발언으로 촉발된 논쟁을 보면서 이러한 심각성이 되살아났다.

자주파는 북한을 선(善)하게 보는 성선설의 입장이다. 북한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므로 북한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를 악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북한에 대하여 인도적 지원도 하고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들어주면서 여러 경로를 통하여 접촉하면 대화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대화를 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대표적인 자주파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김 대통령의 믿음이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동맹파는 북한을 악(惡)하다고 상정하고 끝없이 의심한다. 북한은 우리의 선의를 악용하여 우리를 속인다고 믿는다. 그동안 수많은 합의들을 북한이 속여 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강력한 압박과 제재로 북한을 굴복시켜야 비로소 합의가 제대로 지켜진다고 믿는 것이다.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내가 상대방에 대하여 선의를 보이면 상대방도 그러할 것으로 믿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라고 했다. 이러한 키신저의 시각은 북한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구 소련, 공산 중국 등 미국의 안보 위협세력에 모두 적용됐다. 이 같은 사고는 미국 내에 상당히 강하게 그리고 오래 존재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 북한을 3대 악의 축으로 규정하였다.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 19일 사망함으로써 동맹파는 자신들의 신념을 더욱 굳힐 수 있게 되었다.

한국 내 ‘동맹파’는 미국의 이러한 대북관을 지지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그리하였고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그랬다. 북한을 끝까지 밀어붙여 북한이 스스로 대화를 요청하고 나와야 대화가 가능하고 합의가 가능하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모든 압력 수단을 다 동원하고 한·미가 앞장서서 국제적으로도 촘촘한 그물망 제재를 추진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대 북한 인식의 근본적 차이로 인하여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은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언론보도에 의하면 대화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설명에 대하여 부시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김 대통령을 순진하다고 평하였다고 한다(how naive this guy is).

지난 6월 19일 문정인 특보가 워싱턴에서 행한 발언들은 한국 및 미국에 존재하는 ‘동맹파’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자주파’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60%의 국민들이 5월 9일 이후 잠시 잊고 지냈던 안보 불안이 불현듯 다시 상기되고, 오는 29, 30일 양 일간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 국민들의 불안한 시선과 달리 이번에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잘 종료될 것으로 믿는다. 최소한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 그러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압박과 동시에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도 “최대한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한미 양 국은 최대한의 공통분모를 찾아내서 멋있는 외교적 표현으로 한·미 동맹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이러한 큰 그림 속에 묻히게 될 것이다.

자주파와 동맹파는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다. 다만, 대 북한 인식의 차이로 인하여 수단의 차이가 생길 뿐이다. 지금까지 자주파와 동맹파가 이런 수단 저런 수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모두 동원해 보았지만 남는 것은 결국 북한의 고도화된 미사일과 핵 기술이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알 수가 없게 되었다.

항생제를 쓰기 시작하면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는 시점까지 쓰지 않으면 내성이 생겨서 슈퍼 바이러스가 된다. 북한은 점점 슈퍼 바이러스가 되어가고 있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립은 이제 별다른 의미가 없는 소모적인 논쟁이 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 항생제를 끊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데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종료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일관되고 지속적인 대북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자주파이든 동맹파이든 상관없다. 한 가지 종류의 항생제를 끝까지 복용해야 한다. 국민 공감 대북정책을 만들고 꾸준히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적용해 나가야 한다. 남북대화 이전에 남남대화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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