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 19일 0시를 기점으로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 원자력발전소, 고리1호기 가동이 멈췄다. 1977년 완공 이후 40년 만이다. 부산·울산 시민들은 물론 전 국민이 앞장서 '고리1호기 폐쇄 운동'을 벌여 결국 2015년 '수명연장 포기 선언'을 이끌었다. 하지만 고리1호기 해체를 둘러싸고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20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지역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고리1호기는 약 15년 6개월에 걸쳐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안전관리, 시설 및 구조물 제염·해체, 부지복원 등이 진행된다. 그러나 이들 내용이 상세하게 담길 '해체 계획서'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 고리1호기의 해체계획서 검증, 승인은 5년 뒤에 이뤄질 전망이다.
그간 핵발전소 건설과정에서 보였던 일방적인 의사결정과 폐쇄성을 고려할 때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갈등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핵발전소의 해체과정에선 분진이나 폐수의 형태로 많은 양의 핵폐기물이 발생하고, 방사성물질 누출이나 토양오염, 노동자 피폭 등 예측불가능한 사건·사고가 많기 때문에 치밀하게 해체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지역주민·시민사회와 충분한 소통 없이 진행 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경우 핵발전소 영구정지 5년 전에 폐로비용 예비견적서(Preliminary Cost Estimate for Decommissioning)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예비견적 작업을 통해 해체 과정을 설계하고 앞으로 투입될 비용의 적절성 등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상세 해체계획의 경우 '폐쇄 후 폐로활동보고서(PSDAR)'를 영구정지 2년 이내 혹은 운영허가 폐지 5년 이내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상세 일정, 세부 설계, 환경영향평가 등을 위한 작업이다. 이들 보고서는 모두 공개되고 작성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외부전문가들의 의견을 받는 과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 증설을 둘러싼 내홍도 예측된다. 고리1호기는 2032년 해체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사용후핵연료는 더 오랫동안 고리에 보관될 수밖에 없다. 이미 경주와 영광에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 증설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공론화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고리까지 추가적인 갈등이 벌어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방증이다. 해체 비용도 논란거리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핵발전소 해체는 일반 건물 해체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 추가적인 사회적 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만큼의 새로운 도전과제"라면서 "단지 이를 '해체 산업 진흥'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발전소를 해체할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