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울산) 정하균 기자 = "밥을 대접하고 함께 먹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어요. 언젠가 가게 앞에서 채소를 팔던 할머니에게 비빔밥 한그릇 대접한 적이 있는데 다른 동네로 이사가서도 양파나 상추 등 틈틈이 채소를 갖다 주시며 고마움을 표시하셨죠. 식사 한끼의 인연이 참으로 대단하죠.“
매년 5월이면 장순연 씨(56)는 하루 날을 잡아 동네 어르신들을 모셔 점심식사를 대접한다.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어르신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진다.
장씨는 이 곳에서 12년째 어르신들께 식사 대접을 하고 있다.
장씨는 "매년 쉬지 않고 어르신들을 모시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5월 하루만큼은 휴가라 생각하고 식사대접을 해 왔다"면서 "올해도 지난달 2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어르신들을 모셨다. 어버이날을 전후로는 지역에서 여러 행사가 많을 것 같아 식사대접 일정도 5월 말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인근 이화·화정마을과 아파트 어르신 300여명이 장 씨의 식당을 찾았다. 장씨는 어르신들께 식사 대접을 하는 하루만큼은 식당 문을 닫고 일반 손님은 받지 않는다. 올해도 식탁을 돌며 어르신들이 주는 술도 받고, 인사를 나누는 등 살가운 동네 며느리 역할을 했다.
"12년 전 4월에 이 곳에 보금자리를 얻고 개업해 5월에 경로잔치를 열었어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도 계속 해야겠다 마음 먹었지요."
매년 300명이 넘는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하는 게 쉽지는 않는 일이다. 식당 직원들과 며칠에 걸쳐 음식을 준비한다. 식당 거래처에선 식료품을 후원하고, 식사 대접 당일엔 지역 통장들이 일손을 보탠다.
장 씨는 "사실 내가 하는 일은 별로 없고 주변에서 도움을 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할 계획이다.
"나눈다는 것은 마음이 풍족해 지는 일입니다. 장사가 망하고 힘든 시절 늘 격려해 주셨던 어르신들께 하루만이라도 마음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