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중국에서 안면 인식 기술이 앞다퉈 개발되면서 일반 시민들의 일상 속에 녹아들며 상용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얼굴 인식 시스템이 일부 도시의 교통단속에 투입되면서 중국의 오랜 골칫거리로 여겨졌던 교통법규 위반 행위가 줄어들자, 이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무단횡단 등 교통위반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수준이다. 아무 거리낌없이 무단횡단을 일삼는 시민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보안 당국은 규제 강도를 높이기 위해 산둥(山東)성, 장쑤(江蘇)성 등 일부 도시의 교통단속 시스템에 안면 인식 기술을 적용시켰다. 행인이나 자전거 등을 탄 사람이 신호를 위반하면 사거리에 설치된 전광판에 행위자의 얼굴·이름·현장 사진 등을 실시간으로 게시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얼굴 일치 정확도는 90%가 넘는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은 교통을 위반한 사람의 얼굴뿐만 아니라 신호를 위반하는 장면을 캡처해서 일정 기간 게시한다. 사회적 여론을 통해 교통위반 행위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해당 사진을 내리기 위해서는 경찰 측에 처벌을 받겠다고 동의해야만 한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얼굴 인식을 통해 파악한 인적사항을 바탕으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린다.
중국중앙(CC)TV의 인터넷판 앙시(央視)망은 지난달 초 얼굴 인식 시스템을 도입한 산둥성 지난(濟南)시에서 최근까지 한달여간 적발된 교통 위반 사례가 6200여건에 달하며, 시스템 도입 이후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밝혔다. 교통위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강경책이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얼굴 인식 기술은 중국에서 범죄자를 잡는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다. 최근 칭다오(青島)공항에서는 다른 사람의 여권을 이용해 쿤밍(昆明)까지 가려고 한 5명이 공항의 얼굴 인식 시스템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또 웬만한 국가 간의 거리를 뛰어넘는 중국의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17년간 경찰의 추적을 피해온 살인 사건 용의자가 최근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해 체포된 소식이 전해지면서, 앞으로 이 기술이 범죄자나 실종자를 찾는 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안면 인식 기술은 중국 사회 전역에 상용화돼 있다. 중국안팡잔란망(中國安防展覽網)에 따르면 최근까지 중국 치안 분야에 안면 인식 기술이 도입됐다는 사실은 수많은 도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베이징(北京) 천단(天壇) 공원에서 화장실 휴지 도둑을 막으려고 안면 인식 기계를 도입해 상습 절도를 예방하고 있다는 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지난해 '중국판 수능' 가오카오(高考)의 경우 쓰촨(四川), 후베이(湖北), 광둥(廣東), 랴오닝(遼寧) 등 지역에서 안면 인식과 지문 식별을 결합시킨 생체인식 기술로 수험생을 확인했다.
금융·IT 분야에서는 현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滴滴), 10대 은행 등이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온라인 결제 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셜은 회원이 자신의 얼굴을 촬영한 셀카로 전자지갑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안면 인식 기술로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 반열에 오른 신생업체도 중국에서 처음 나왔다. 벤처 기업 메그비(Megvii)의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인 '페이스 플러스플러스'(Face++)가 그 주인공이다.
매체는 중국 내 안면 인식 기술 관련 시장의 연 매출이 3년 이내에는 100억 위안을, 10년 이내에는 10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5 전 세계 보안 설비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안면 인식 시장의 규모는 2012년의 16억7000만 위안(약 2765억원)에서 2015년 75억 위안(약 1조2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중국의 IT 기업이 앞다퉈 안면 인식 기술 상용화에 나서며 선두 주자인 서구 지역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하게 됐다.
중국이 안면 인식 기술의 천국이 된 것은 막대한 인구를 보유한 데다 개인정보법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소셜 미디어에서 얼굴 사진을 붙이는 정도까지만 허용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문인식과는 달리 얼굴 인식은 당사자가 모르는 사이에 벌어질 수 있으며, 사생활 감시·침해에 악용될 우려도 있는 만큼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