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민주당 쪽에서 EBS 연계 출제 정책을 폐지하는 데 신중한 모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교육부가 내달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기회에 연계 출제 정책을 개선하지 않으면 수년간은 그대로 변화 없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책을 그대로 가지고 가려는 이유는 지역과의 교육격차를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도시에서는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만, 농산어촌에서는 어렵지 않으냐는 게 그 이유다.
정책의 도입 취지는 그랬었다.
제도 도입 이래 고등학교 3학년 수업 시간에 EBS 교재가 주교재가 되는 폐해는 지속되고 있다.
이해 없이 연계 교재만 외우는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크다.
교육청들은 매년 EBS 교재를 수업 시간에 주교재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취지의 공문을 매년 학기 초 일선 학교에 보내고 있지만 형식에 그치고 있다.
오죽하면 교육청이 매년 똑같은 공문을 학교에 보내겠는가.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정책이기에 계승 차원에서 이 정책을 건드리지 않고 이어가겠다고 한다면 오산이다.
새 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오판을 할 조짐은 이전부터 보여 왔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이전에도 관련 공청회에서 연계 출제 정책에 많은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명확한 방향을 내놓지 못하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었다.
민주당에서는 수시 전형 비중이 늘고 정시 비중이 줄면서 수능의 영향력이 줄고 있기에 연계 출제의 폐해도 줄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수시 전형에 영향을 미치는 수능최저기준 때문에 수능의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고교 3학년에 EBS 교재를 교과서처럼 수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정 전 의견수렴을 통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여당인 민주당의 방침대로 2021학년도 수능을 국어·수학·영어·한국사·통합사회·통합과학의 6개 공통과목만 보고 수능 절대평가를 영어·한국사 외에 다른 과목으로 확대하는 경우, 학습부담이 더 줄면서 사교육 수요도 감소하고 학교 수업이 활성화돼 도·농 간의 교육 격차 문제는 줄어들 수 있다.
연계 출제 정책에 따라 70%를 교재에서 유사하게 수능 문제를 내고 있지만 이 때문에 수능 난이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수능 출제진의 지적도 높다.
어려운 문제이더라도 연계 교재에서 한 번 봤던 문제는 이미 난이도 있는 문제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연계 출제 외에 변별력을 위해 난이도 있는 문제를 내려고 비비 꼰 문제를 출제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 격차를 해소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암기식 수업과 고교 교육 정상화를 헤치는 EBS 수능 연계 출제 정책을 이번 수능 개편안 마련 기회에 개선하기 바란다.
안 그러면 또 수년간 비정상적인 고3 학교 수업이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연계 정책은 주입식 교육의 변화를 꾀하고 과정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도 괴리가 있다.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실제 고교 교실의 변화를 위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