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경북 상주, 강원도 강릉,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이 진화되었다. 우리역사이래 오월에 발생한 산불로선 350ha의 산림과 40여채의 주택이 소실되고 인명피해까지 동반했던 산불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례적인 산불이었다.
정부에서 나름대로 대책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산불 피해를 막거나 줄이지 못하고 행운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지난 5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600여회의 산불방지 교육을 경험하면서 우리나라 산불방지 체계의 문제와 한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순수 민간인인 필자가 온 몸으로 경험하면서 느낀 이러한 문제점은 관련 기관과의 이해관계가 없고, 현장 깊숙한 곳에서의 소통에서 우러나왔음을 미리 밝혀둔다.
필자가 경험한 우리나라 산불방지체계의 문제점과 한계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산불 방지체계 및 교육이 주체적이지 못한 데에 있다. 우리나라 산불은 산림청이 주무관청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인식은 불이라고 하면 119 소방을 먼저 떠올린다. 주관은 산림청, 신고는 119에, 산불진화는 지자체가 감당하지만 언론 브리핑은 소방관이 한다. 현장 깊숙이 들어가면 대부분의 산불은 지자체가 감당하고 최종 마무리한다.
이렇게 복잡한 운영체계는 현장에서 지휘체계의 혼선을 가져오게 되고, 각 기관의 입장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중구난방이라는 비난을 듣게 된다. 산불은 사회적 재난이다. 재난현장을 관리함에 있어 서로 눈치만 보고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제2의 세월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현장 경험에 농익은 산불전문가가 없다. 1996년 고성산불 이후로 우리나라 산불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다양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가에 대해선 대단히 회의적이다.
한마디로 연구 따로 현장 따로라는 느낌이다. 학술적 가치 운운하는 연구자의 우월주의는 현장과의 괴리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13년 새롭게 도입된 산불전문가 역시 대부분 퇴직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현장에서 호응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산불은 일반화재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지형과 기상 산불의 특성과 흐름을 읽어내야 하고, 각종 장비 활용 및 응용능력 역시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순발력과 산불상황 예측과 함께 숲 전체를 볼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산불은 관리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실정에 맞는 산불지식으로 무장된 야전사령관이 필요하다.
셋째. 산불 진화의 전술적 부재다. 우리나라 산불 항공진화력은 세계최고를 자부하고 외부로부터도 그렇게 인정받고 있다. 항공진화대는 어디부터 무엇이 우선인지 정확하게 짚어내고 차분하게 진행한다. 항공진화기술이 이토록 짧은 기간 내에 발전된 원동력을 무엇일까? 과감한 투자와 관심, 일관된 지휘체계와 야전사령관 그리고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반면, 지상진화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함축하면 산불의 패러다임을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직도 등짐펌프에 의존하는 비현실적 사고의 한계이다.
5월6일 발생한 상주, 강릉, 삼척 산불 깊숙한 곳에서 취재한 결과 여전히 등짐펌프가 보였다. 등짐펌프는 15리터의 물이 담기고, 다 쓰고 나면 산 아래로 내려가 다시 담아 와야 한다. 삼척현장에서 산불을 진화하는 군인들이 지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산불을 끄는 시간보다 물을 옮기는 노력이 몇 배로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자연의 일부이자 작은 생명체에 불과한 인간이 산불을 상대로 싸워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 실수로 인한 산불 발생은 줄일 수 있고, 경험에서 우러난 전략과 전술로 산불을 빨리 끌 수는 있다. 별도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현재의 산불 진화 시스템을 현장의 요구에 맞게 개선함으로써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 공직자와 그런 요구를 할 줄 모르는 전문가에게 있다.
우문현답! 해마다 400여건 이상의 산불로 산림과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산불 패러다임의 변화에 걸맞은 산불 진화 체계구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산불방지정책연구소 황영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