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한마디로 ‘파격’이다. 적폐 청산의 염원을 안고 출발한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비검찰 출신의 소장파 법학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2)를 민정수석에 임명했다.
조 신임 민정수석은 검찰 개혁의 데드라인을 2018년 지방선거 전으로 못 박았다. 집권 2년차 상반기 내 고강도 검찰 개혁을 천명한 셈이다. 제3기 민주정부 초반 ‘개혁정권’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포석이다.
문 대통령이 집권 초반 ‘친노(친노무현) 중심’의 친정체제 구축을 거부한 것은 문재인식 협치의 신호탄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개혁 코드’를 입혀 통합의 양 날개를 구축했다. 집권 초반 통합 행보를 통해 운신의 폭을 넓혀 산적한 대외문제를 풀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분석된다.
◆文대통령 ‘조국 카드’··· 盧 때 강금실만큼 파격
문 대통령이 이날 단행한 청와대 비서진 인선의 핵심은 ‘개혁·소통’이다. 깜짝 인사인 조 민정수석은 대표적인 소장파 법학자 출신이다. 검찰 출신도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9년2개월간 집권 내내 검찰 출신이 민정수석 자리에 올랐다.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대표적이다.
조 민정수석이 학자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집권 초반 대대적인 검찰 개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참여정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단행한 강금실 법무부 장관 인선과 판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 출신이 아닌 판사 출신인 강 장관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갖자,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평검사와의 대화’에 나섰다. 파격적인 노 전 대통령의 행보는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평검사들의 공세에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고 응수했다.
검찰과의 악연으로 시작한 참여정부는 집권 중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맞으며 검찰 개혁 기회를 날려버렸다. 조 민정수석도 개혁의 ‘선택과 집중’에 나서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물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文, 내부통합 통해 대외적 운신 폭 확보할 듯
‘배려와 소통’ 키워드도 문 대통령 인사의 핵심이다. 조 인사수석의 임명을 통해 ‘여성 배려’ 국정철학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여성 장관 비율을 30% 수준에서 시작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5∼6명의 추가적인 여성 장관 입각이 예상된다.
홍보수석에 임명된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은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본부 공동본부장을 지냈다. 문 대통령이 SNS 소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국무조정실장에는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임명했다. 이들은 원조 친노와는 거리가 있는 인사들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비문(비문재인)·비영남의 이낙연 전남지사를 초대 국무총리에 임명, 탕평 인사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신경식 전 헌정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통합 인사를 새 정부 첫 내각에 반영해야 한다”며 “자기편으로만 내각을 구성하면 큰 혼란 속에서 끝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통합·협치 행보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등을 둘러싼 미·일·중 등과의 역학 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과 한·일 위안부 합의 등도 난제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 대통령이 대외 문제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려면 먼저 국내에서 상당 수준으로 통합력을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