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베일을 벗은 문재인 정부 첫 내각 인선의 핵심은 ‘비영남·비문(비문재인)’ 껴안기다. 대탕평책을 통한 국민대통합 시대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통합정부 구성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 출신의 비문계인 이낙연 전남지사(65)를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비영남 총리를 초대 총리로 염두에 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협치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이낙연 카드’ 다목적 포석··· 통합정부 신호탄
10일 정치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낙연 카드’에는 △호남 홀대론 해소 등 지역 안배 △소연정과 대연정 신호탄 △국회 인사청문회 무사통과 △동서 화합 등의 포석이 깔렸다.
이 후보자는 전남 영광 출신이다. 참여정부 당시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의 ‘부산 정권’ 발언은 호남과 친노 운동권 그룹 간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 호남 지역에선 ‘홀대론’이 정권 내내 들끓었다. 문 대통령이 호남 인사를 초대 총리로 발탁, 호남 껴안기에 나선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이 같은 날 발표한 국가정보원장(장관급) 후보자 서훈 전 국정원 3차장(63)과 대통령 비서실장(장관급) 임종석 전 의원(51), 대통령 경호실장(장관급) 주영훈 전 경호실 안전본부장(61) 등도 모두 비영남 출신이다.
‘이낙연 카드’에는 통합정부 구상도 담겼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후보자는 당시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 취재 기자였다. 이후 DJ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땐 손학규 캠프의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친노와 거리를 둔 셈이다.
◆‘호남+동교동계+비문’ 포용 신호탄··· 동서화합 적기
정치권 안팎에서 문 대통령이 ‘이낙연 카드’를 통해 당내 비문계와 국민의당으로 분화된 동교동계 껴안기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주창한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간 소연정을 골자로 하는 진보연대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낙연 카드’에 대해 “탕평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동교동계와 인연이 깊은 이 후보자를 통해 호남 세력과 동교동계, 비문계 등을 품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소연정은 문재인식 통합정부의 1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대연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찾아 원내 5당 대표를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만나 “국정운영의 동반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대선 기간 통합정부의 세력 범위에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박근혜 정권 부역자들을 제외했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당·청이 문재인식 통합정부 2단계로 보수진영 내 개별 의원 접촉을 통해 대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한 카드로도 보인다. 이 후보자는 전남지사 시절 영·호남 화합을 위한 길을 걸었다. 당내 친문(친문재인)계는 물론, 야당 의원들과의 관계도 원만하다는 평가다. 이날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조차 새 정부 인선과 관련해 “좋은 분들이 거명돼서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소한 박근혜 정부 초기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과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 교수 등이 합류한 만큼, 동서가 화합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참모진 인사도 마찬가지다. 임종석 카드 등을 통해 친문체제 구축 논란은 피하고 당내·외 소통을 통한 안정화에 방점을 뒀다. ‘서훈·주영훈’ 카드 등 정책 베테랑을 등용하며 보완재 찾기에도 나섰다.
차 교수는 문재인식 통합정부 구축 전망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첫날부터 광폭 행보에 나섰지만, 향후 한국당과 바른정당 인사를 등용하느냐가 중대 포인트”라며 “보수정당 일부와 손을 잡을 경우 당내 진보파 의원들의 반발도 새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