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서동욱 기자=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코스피를 아직 한 번도 밟은 적 없는 레벨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본격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이미 시작됐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 자산은 최근 6개월 만에 4조1775억원 감소했다. 반면 주식시장 고객예탁금은 현재 26조원을 훌쩍 넘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증시를 끌어올릴 실탄은 충분히 채운 셈이다. 이미 코스피는 전날 2219.67을 기록하면서 6년 전 사상 최고가에 약 9포인트 차이로 다가섰다.
낙관론 일색은 아니지만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부쩍 늘었다. 경기와 실적, 수급이 모두 개선됐다. 무엇보다 위험자산에 대한 두려움이 현저하게 줄었다. 대선 이후 정책 기대감도 크다.
주요 증권사는 2300선 안팎을 연내 예상지수 상단으로 잡고 있다. 대내외 정치 리스크 완화와 정책 기대감, 견조한 경기와 기업 실적 덕분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선이 마무리되면 컨트롤타워가 생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현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3분기 들어 고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단기적으로 가장 큰 호재는 차기 정부에서 펼칠 내수 부양책"이라고 전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9% 올랐다. 3분기 만에 최고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2.7% 성장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경기 호전은 반도체나 석유화학 같은 주력 수출산업이 이끌었다"며 "앞으로 경기 흐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멀티에셋전략실 수석매니저는 "1분기 기업 실적 예상치가 꾸준히 상향 조정돼 왔다"며 "한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 수출지표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바이 코리아'는 5월 증시에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외국인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들인 주식은 6조4000억원어치에 맞먹는다. 이런 물량공세로 코스피는 같은 기간 9.53% 뛰었다.
◆대세 IT·내수주에 주목
증시를 이끌 대세는 5월에도 정보기술(IT)주와 내수주다. 코스닥 중소형주 역시 대선 이후 정책적인 수혜가 기대된다. 대선 후보마다 중소기업 지원에 한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경제공약 가운데 가장 비중 있게 언급됐다.
김학균 매니저는 "이번 대선에서 화두는 재벌 지배구조 개편과 4차 산업혁명"이라며 "다음 정부가 4차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면 기술주 위주인 코스닥도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정부 지원이 실질적인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든다.
김윤서 연구원은 "대선이라는 변수만 가지고 코스닥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며 "대형주나 중소형주 모두 주가 전망은 전적으로 실적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형주에 대해 엇갈린 의견이 나왔지만, IT와 내수주는 다르다. IT와 내수주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윤희도 센터장은 "IT 업종은 반도체 업황 개선과 신제품 출시로 기대감이 더 커졌다"며 "내수주도 점진적인 소비 여력 회복,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심리가 긍정적"이라고 조언했다.
일시적인 조정은 기회일 수 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와 금융처럼 실적 전망치가 좋은 업종은 조정을 받을 때마다 저점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목 센터장도 "IT와 금융이 가장 큰 폭으로 이익을 개선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선 이후에도 주주친화정책은 잘 먹힐 수밖에 없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주주친화정책이 강화되고 있다"며 "제약과 바이오, 음식료도 저평가된 값으로 살 수 있는 업종"이라고 말했다.
지수가 단숨에 치솟아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지만 추세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윤서 연구원은 "지수 절대 레벨은 고점이지만, 이익개선 속도가 주가상승 속도보다 빨라 부담스럽지 않다"며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 저점매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학균 매니저도 "현재 상황이라면 큰 폭으로 지수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