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코스피 랠리가 부동자금마저 움직이면서 본격적인 '머니 무브'가 시작됐다.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만 머물던 뭉칫돈이 이동하고 있다. 시장을 관망해 온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자금도 마찬가지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 고객예탁금은 4월 말 현재 26조293억원을 기록했다. 연중 최고치다. 3월 말에 비하면 한 달 만에 20%(4조2611억원) 가까이 늘었다.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이 증가할수록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고객예탁금이 불어난 반면 초단기 금융상품에서는 돈이 봇물처럼 빠져나오고 있다. 4월 말 현재 MMF 잔액은 127조670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달 26, 25일에 비해 각각 1조721억원, 3조4323억원 줄어들었다. 잔액은 지루한 횡보장세 탓에 한때 135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CMA 잔액은 4월 말 51조255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약 4조원 감소했다.
펀드도 채권 대신 주식을 담기 시작했다. 국내 채권형펀드(이하 공모)는 3월 말 기준 채권에 약 89% 투자하고 있다. 2016년 말에 비해 3%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대신 주식 편입 비중이 그만큼 늘었다. 혼합주식형펀드는 주식 비율을 약 59%로 3%포인트 넘게 확대했다. 혼합채권형펀드도 채권 비중을 약 3%포인트 줄이는 대신 주식을 그만큼 더 샀다.
가장 큰 호재는 완만한 미 금리인상이다. 전 세계적인 자산가치 상승이 기대되면서, 안전자산보다 주식 같은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졌다.
금리인상이 급격했다면 신흥국 자금유출이 심각했을 수 있다. 반면 점진적인 금리인상은 시장을 안정시켜 투자심리를 개선해줬다. 여기에 국내 기업이 1분기 깜짝실적을 내놓은 점도 한몫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정치 이벤트 탓에 기간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하지만 일시적인 지수 하락은 되레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경제 정책 면에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고, 경기 개선 가능성은 커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