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민심 탐방] ④ "정권교체는 시급한데 인물은 없고…" 忠心은 '관망 중'

2017-04-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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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선거에서 여야 번갈아 선택

영ㆍ호남 달리 지역주의 색채 약해

文ㆍ安 양강 분위기 속 선택 고심

"토론ㆍ연설 더 지켜보고 뽑겠다"

(아주경제=대전) 김혜란 기자 = 충청 지역은 전통적으로 선거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왔다. '충청의 선택이 대통령을 결정했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런데 충청 유권자들은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천천히, 신중하게 고르고 또 고른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몰표를 주기보다 인물을 보고 뽑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역대 선거에서 충청도 민심은 여야의 손을 번갈아 들어줬다. 충청대망론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영·호남과 달리 지역주의 투표 경향이 옅다. 누군가는 갈팡질팡이라고 비판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민심은 차기 대통령감을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다. 대전에선 마음을 정했지만 속내를 감추거나 대선날까지 누가 진짜 적임자인지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시민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5일 대전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민심을 물었더니 "아직 정하지 못했다", "남은 대선 기간 끝까지 지켜보고 마음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양강 구도 분위기는 분명하게 읽혔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는 게 중론이었다.
 

제19대 대통령선거를 13일 앞둔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거소투표신고인에게 발송할 거소투표용지를 출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중앙시장에서 만난 30대 후반의 김모씨는 "비리가 없고 도덕적으로 착한 사람을 뽑겠다. 당을 보고 뽑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문 후보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가운데 남은 대선까지 후보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규명, 토론과 연설 등을 지켜보며 최종 선택하겠다고 했다.

50대 후반의 중앙시장 상인 김모씨는 "현재는 안 후보로 정했는데 바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에게 '무엇이 고민되느냐'고 물었더니 "토론을 봤는데 생각한 것만큼 안 후보가 확실하지가 않더라. 그래서 고민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마지막에 마음이 바뀌면 문 후보를 찍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현재 상태에서 마땅한 사람이 없지 않으냐.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유 후보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선택지에 없다고 했다. 

대전 유성구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63)는 "누구를 찍어야 될지 망설이고 있다"며 "다들 모르겠다고 한다. (제가) 그래도 '선택을 해야지'라고 말하면 '문재인도, 안철수도 그렇고 누굴 봐도 그렇고, 잘 모르겠다. 투표를 할지 말지도 모르겠다. 막판에 가서 '누굴 찍지' 하다가 1번을 찍을지 3번을 찍을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간혹 유승민 찍을까,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물론 문 후보나 안 후보 지지자들도 다수 만났다. 중앙시장 상인 김모씨(77)는 "이번에는 안 후보를 뽑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나이 먹은 사람들은 '문재인은 빨갱이라 싫다'고 하고 홍준표를 찍고 싶은데 지지율이 너무 낮다고 하니까, 그러다가는 문재인이 될 것 같다며 차라리 안철수를 밀어주는 게 낫겠다고들 많이 얘기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실제 대전의 바닥 민심과 문 후보가 1위를 달리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괴리가 있다고 했다. 

문모씨(45)는 "문 후보가 박근혜 (적폐) 다 뿌리뽑아 준다고 해서 지지한다"고 했다.

충남대에서 만난 윤모씨(22)는 "(주변에선) 문재인이 인기가 높다"면서 "5명 중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것 같은 문 후보나 심 후보 중 뽑을 생각이다. 안 후보는 민영화한다고 하고 너무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충남대 학생 홍모씨(24)는 "(주변에) 문 후보나 안 후보 지지자가 많은데 주변 친구들 사이에선 안 후보가 인기가 조금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홍씨는 문 후보나 안 후보 중 결정을 유보하고 선거일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문 후보를 뽑겠다고 한 장모씨(26)도 "(문 후보와 안 후보 지지율이) 거의 반반인 것 같다. 저도 문 후보를 지지해서 뽑는 게 아니고 그냥 그 사람들 중에서 가장 낫다"며 "토론회를 계속 보고 있는데 다 실망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나왔으면 무조건 뽑았을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중에 뽑겠다는 유권자가 많았지만, 선거 당일 민심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신모씨(70)는 충청도 유권자의 복잡한 심경을 이렇게 전달했다. "그전에는 진보와 보수가 확연하더니 이번에는 다들 누구 찍을지를 모르겠대. 다 실패를 했잖아. 우리 7080대들은 박근혜를 찍었다가 이번에 완전 실패를 봤다. 그러니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중도로 있는 거다. 그래서 선거 얘기해보면 누구라고 찍어서 얘기를 안 한다. 그전엔 '나 누구 찍을 거야, 이회창 찍을 거야' 그랬는데 지금은 그게 없다. 관망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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