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총수 일가 경영 비리 재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로 기소된 데 이어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다시 경영권 분쟁에 불을 지피면서 속앓이를 계속하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최근 검찰의 ‘출국금지 해제’ 이후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경영권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경영권 탈환 시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은 21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6월 하순 예정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이사 복귀 안건을 제안할 것”이라며 경영 복귀 의지를 밝혔다.
오는 6월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 복귀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면, 이는 2015년 경영권 분쟁 발생 이후 신동주·동빈 형제 간 네 번째 표 대결이 된다. 신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 2016년 3월과 6월까지 모두 세 차례의 표결에서 이겨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홀딩스의 주요 주주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이 큰 광윤사(光潤社·고준샤, 지분율 28.1%)를 제외한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이 모두 신 회장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들 우호지분 구도에 변화가 없는 한 신 전 부회장이 이번에 표 대결에서 질 것이란 게 롯데 측의 낙관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작년 그룹경영 비리에 이어 최순실 게이트까지 횡령·배임·뇌물 등 여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사실은 주주들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 SDJ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경영자가 기소된 사실만으로도 도덕성에 큰 결점이 생겼다고 본다”면서 “(신동빈 회장은) 한두 건이 검찰에 걸려 있는 게 아니라서 이번엔 주주들의 표심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도 니혼게이자이 인터뷰에서 신 회장 기소에 대해 “지난해와 크게 상황이 다르다”고 꼬집으며 이번 표 대결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를 의식한 듯, 신 회장도 지난주 검찰의 ‘출국금지 해제’ 이후 곧바로 일본행 비행기에 올라 그동안 6개월 가까이 발이 묶여 챙기지 못한 일본 경영 현안을 챙기며 주총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경영비리 혐의로 주 2회 재판정을 오갔고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 기소돼 재판 횟수가 늘어나면서 경영 보폭에 제약이 크다. 이로 인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처럼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대한해협의 경영자’ 타이틀을 갖기는 힘들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 취소다. 관세청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면세점 입찰 청탁건과 관련, 70억원의 뇌물공여 혐의가 확정 판결되면 특허를 박탈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안 그래도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매출이 절반가량 줄어든 롯데면세점으로서는 ‘설상가상’ 격으로 목표치인 연 1조원대 매출도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장선욱 대표가 유임되고, 홍보팀장을 ‘특진’ 시키는 한편 월드타워점장에게 ‘베스트 세일즈 어워즈’ 특별상을 주기도 했다.
이를 두고 롯데 안팎에서는 뇌물공여 혐의로 장선욱 대표가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고 신동빈 회장이 기소된 데다, 지난해 6월엔 ‘입점 비리’ 건으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까지 구속된 만큼 특허 재획득의 ‘축포’를 터뜨릴 게 아니라 ‘자숙’이 먼저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월드타워점 개점에 맞춰 면세점 재개장에 집착한 결과, 결국 그룹 전체의 위기를 야기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면세점의 특허가 취소되면, 이익의 90% 이상을 면세점 사업부에 의지하는 호텔롯데의 상장 자체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주주 지배력을 줄이고 자신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신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구상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만약 추가 기소에 따른 재판 결과 신 회장의 수감이 결정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일본 재계 관례상 비리로 구속된 임원은 즉시 해임 절차를 밟기 때문에,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사회와 주총을 열어 신 회장을 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일본 경영진과 주주의 입김이 세져 그룹 전체가 일본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롯데의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