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정계 두 '이단아' 결선 대결…佛 정치史 새로 썼다

2017-04-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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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서 첫 非제도권 후보들 맞붙어…60년 佛 양당구도 재편 '신호탄'
'개방 vs 폐쇄' 전선 형성…마크롱 승리 전망 많지만, 르펜 '대이변' 가능성 상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선 결선에 진출할 후보들이 에마뉘엘 마크롱과 마린 르펜으로 확정되면서 프랑스 현대 정치사가 새로 쓰이게 됐다.
현재의 프랑스 정치 시스템의 근간이 마련된 제5공화국 60년 역사상 대선 결선에 진출한 두 후보 모두가 비제도권 정당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1차 투표 결과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심각한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사회당과 공화당으로 양분됐던 전통적인 프랑스 정치지형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60년 이어진 양당구도 붕괴 신호탄?…佛 정지지형 대변혁 예고

이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중도신당 '앙 마르슈'('전진'이라는 뜻)의 에마뉘엘 마크롱(39)과 2위에 오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8)은 오는 5월 7일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

이 둘은 모두 프랑스의 전후 정치 질서를 지배해온 기존 중도좌파(사회당)와 중도우파(공화당) 진영 출신이 아닌 신생 또는 주변부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다.

프랑스가 대선 결선투표를 도입한 1958년 이후 양대 정당 출신이 아닌 후보들끼리 결선에서 맞붙게 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프랑스의 기존 정치지형을 깨고 대대적인 정치구도 재편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변의 첫 번째 주인공은 30대 신예 마크롱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정치 혁신에 대한 열망과 그의 젊은 이미지와 합리적 중도를 표방한 공약들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 사회당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마크롱은 장관 사임 직전 '앙 마르슈'라는 정치조직을 만들었다.

이후 장관직을 그만둔 뒤 본격적으로 대선판에 뛰어들었고, '앙 마르슈'를 기존의 좌·우를 뛰어넘는 프랑스판 '제3지대'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신생정당 앙 마르슈는 현재 하원에 의석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지만, 대선 결선투표 한 달 뒤 치러지는 총선에 모든 지역구에서 후보를 낸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크롱이 결선에서도 승리해 집권할 경우 그 바람을 타고 '앙 마르슈'도 총선에서 상당한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투표에서 2위(출구조사 기준)로 결선에 진출한 르펜 역시 이변의 주인공이다.

르펜도 유권자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더불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잇따른 테러와 프랑스의 경제활력 상실을 '프랑스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으로 헤쳐나가겠다는 포퓰리즘적 공약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이끌고 있는 국민전선(FN)은 1972년 르펜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이 창당한 극우 정당으로, 이번 대선 결선 진출로 주변부 정당이라는 딱지를 한 꺼풀 더 벗겨내게 됐다.

FN은 초기의 소규모 정치집단에서 현재 전국정당으로 부상하기는 했지만, 주류 정당인 사회당·공화당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의 주변부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2002년 대선에서 아버지인 장마리가 예상을 뒤엎고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을 꺾고 결선에 오른 이후 15년 만에 그의 딸 마린이 또다시 대선 결선에 오르면서 FN은 더이상 주변부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현재 FN의 하원의원은 마린 르펜의 조카인 마리옹 마레샬-르펜 한 명 뿐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르펜의 선전으로 FN은 오는 6월 총선에서도 상당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기존 공룡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은 유권자들의 기성 정계에 대한 불신 속에 5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결선 진출자를 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양당은 총선에서도 앙마르슈와 FN에 밀려 다수당 지위를 상실할 경우 존립 근거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조사 마크롱 승리 예상…보호주의·反EU 바람에 르펜 역전 가능성도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5월 7일 치러지는 결선투표에서는 마크롱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결선에서 마크롱과 르펜이 맞붙는 경우를 가정한 조사들에서 마크롱이 최소 60%의 표를 가져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져 결선에서 마크롱 65%, 르펜 35% 정도의 득표율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마크롱이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마크롱보다 르펜의 핵심지지층이 훨씬 견고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여론조사기관 BVA가 발표한 마지막 설문조사를 보면 지지 의사가 확고하다는 응답률은 마크롱의 지지자는 76%였지만, 르펜은 86%에 달했다.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을 찍었지만, 결선투표에서는 기권하거나 르펜으로 옮겨가는 유권자들이 나오면 르펜에게도 '대이변'의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의 세르주 갈람 교수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결선에서 르펜 지지자의 90%가 투표하고 마크롱 지지자의 65%가 투표한다고 가정하면 르펜이 50.07%의 득표율로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1차 투표 직전에 일어난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들의 테러 기도 적발,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경찰관에 대한 총격 테러가 결선투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테러와 이민자 문제, 프랑스 내 무슬림에 대해 매우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르펜에게 유리한 지형이 형성되리라는 관측이 많은 편이다. 이에 따라 르펜은 결선투표일까지 테러와 안보 문제를 최대 이슈로 가져갈 공산이 크다.

반면에, 마크롱은 르펜의 유럽연합·유로존 탈퇴 공약, 보호무역주의를 표적 삼아 '개방 대(對) 폐쇄'의 구도로 가져가는 한편, 극우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한 제반 정치세력의 연대인 이른바 '공화국 전선' 구축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여론조사에서 아직은 유럽연합과 유로존 탈퇴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호한다는 응답률이 훨씬 더 높게 나오는 편이다.

또한, 프랑스는 나치 치하를 경험한 역사적 경험상 타문화와 외국인을 배격하고 국수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극우세력에 표를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한 편이어서 마크롱이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출구조사 직후 결선 진출에 실패한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과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은 물론, 공화당 소속인 알랭 쥐페 전 총리와 현 사회당 정부의 베르나르 카즈뇌브 총리 등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극우 집권만은 안된다"면서 결선에서 마크롱을 지지하자고 호소하고 나섰다. 이는 '공화국 전선'이 이미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yonglae@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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