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기고] 필리핀 한인 납치 사건으로 살펴 본 '언론플레이'의 중요성

2017-04-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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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한국국제학교 12학년 이나현

필리핀 마닐라 한국국제학교 12학년 이나현 


드라마 속에는 피해자가 피의자로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펼치는 '언론 플레이'가 그 중심에 서 있다.
드라마 속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필리핀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2016년 10월 18일 오후 1시경 한국인이 많이 사는 필리핀 목파크 브디비젼(Timog Park Subdivision)에서 경찰을 가장한 납치범들에게 한인 사업가 지모 씨가 납치가 된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들은 지씨의 가족들에게 1억2천만원을 요구했고, 몸 값을 줬지만, 지 씨는 돌아오지 못하고 결국 지난 1월 17일 살해됐다.

이 사건은 실종사건으로 묻힐 뻔하다 결국 수개월이 지난 1월에 밝혀졌다.

지 씨를 납치, 살해한 이들은 필리핀 경찰청 마약 수사국 소속 경찰관 3명을 포함한 6명이다. 이들은 사망 확인서를 가지고 지 씨의 가족인 것처럼 화장시설 직원을 속여 시신을 화장 했고, 지 씨의 유골을 받아 화장실 변기에 그대로 버려, 충격을 안겨줬다.

필리핀 경찰관들이 돈을 노리고 한국인 교민을 잔혹하게 살해,  유기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면서, 언론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루어 지기 시작했다.

한국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그 이후 필리핀 정부도 수사의지를 밝히면서 필리핀 대통령의 공개사과도 이루어졌다. 고 지모 씨 사건이 일어난 경찰서 내에는 추모관이 설립되면서, 많은 한인과 필리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러나 얼마 후 필리핀 대통령은 한국 조폭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이 사건의 배후에 한국 조직 폭력배가 연루되어 있다는 언론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필리핀 뉴스 매체는 "Korean Mafia killed Jee"와 같이 한국의 폭력조직들이 지모씨를 살해하는데 가담하고 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런 필리핀 언론 보도 이후 현지에서는 반한 감정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이전에는 필리핀 경찰서 내에서 한인이 피살된 사건에 대해서 안타까워 하고 책임감을 느끼는 많은 현지인들이 보도 이후에는 사건의 책임을 한국인에게 돌리고 있다.

한인들이 돈을 이용해 필리핀 사람들을 범죄자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리핀 대통령의 언론 플레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였다.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한다는 이유로 총격사살을 명령했고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까지 죽음으로 몰아갔다.

이런 과잉진압으로 인한 피해 때문에 현지언론에서도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한인들의 인권과 생명권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 우려가 되고 있다.

언론 플레이는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자국의 이익을 생각하기 때문에 필리핀과 한국의 입장차가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진실보도는 더욱 중요하다.

이 사건이 필리핀 경찰과 정부의 부패 사건일지, 한국의 폭력조직이 필리핀 경찰에게 까지 손을 뻗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인지 국가 간의 일을 떠나 사건의 진상 규명이 궁극적인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언론이 진실보도를 사명으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익집단의 외압과 유혹을 이기고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생각하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언론이 정치의 시녀가 되지 않기 위해선 보다 더 객관적이고 왜곡되지 않는 진실을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진실을 보도 할 때 언론은 인권을 수호할 수 있고 좀 더 나은 사회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 지는 요즘, 언론의 제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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