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콜센터 상담 음성으로 시작해 가슴 아픈 결론을 낸 영화, 행정 편의로 죽어간 사회복지 대상자를 실감나게 그린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부천시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찾아왔다. 지난 7일 부천시 사회복지공무원 등 250여 명이 4차례에 걸쳐 부천시 청사 안에 위치한 영화관 <판타스틱 큐브>에서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관람했다.
영국이나 우리나라의 공무원, 복지현실은 비슷하다.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는 우리가 흔히 만나는 질병으로 실직한 민원인이다. 영국의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주인공을 따뜻한 공감이 아닌 ‘조사자’의 위치에서 그를 판단했다. 복잡한 행정 절차와 소통이 불가능한 상담창구, 관료주의 행정의 벽 앞에서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는 목숨을 놓는다. 마지막 기회에서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부천시 사회복지공무원을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무엇을 배울까? 결국 자존심이나 자존감이다. 인간은 비록 아프고 외롭고 가난하더라도 먹기 위해 살지는 않는다. 실직으로, 질병으로 혹은 가족해체로 인해 자신의 힘만으로는 이 세상을 살 수 없게 될 때 사람들은 공공기관의 문을 두드린다. 그때 몸과 마음이 아픈 그들의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사회복지공무원이다.
평생을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대하는 민원인은 얼마나 될까? 사회복지공무원은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치료비가 없는 암환자, 신장투석환자, 가족이 돌보지 않는 빈곤한 노인, 폭력피해여성, 학대받은 아동들이다. 가끔은 막상 출소했지만 당장 하룻밤 누울 곳 없는 출소자들을 만난다.
하지만 가끔은 술에 취한 아저씨에게 욕을 먹기도 하고, 공무원의 한마디 말을 꼬투리 잡아 몇 시간씩 괴롭히는 ‘진상민원인’도 있다. 덕분에 사회복지공무원은 ‘불친절하고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되기도 한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15분 동안 관객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201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시청 내 판타스틱 큐브에서 상영되었다. 부천시 260명의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거나 눈물을 훔치는 경우도 많았다.
부천시 복지정책과 김정길 과장은 “열 번의 교육보다 한 번의 감동이 민원인을 향한 진심을 담아내는 공무원이 되게 할 것”이라며, “그동안 각종 억지 민원으로 시달리며 사라진 영혼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