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는 듯 보이지 않지만, 현재의 힘듦과 고독에 주저앉지 않고 달리다보면 완주라는 열매가 주어지는 마라톤.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 원장도 마라톤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한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입문했지만, 7개월 만에 42.195㎞를 완주했다. 통일·정보보안 강국의 메시지를 담고 4대 강변을 따라 633㎞를 달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되, 쉬지도 않았다고 한다.
유 원장이 지금껏 지나온 길도 마라톤처럼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었지만, 그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 겉이 아닌 속,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유 원장이 지금 품고 있는 소명과 열정은 '정보보안 강국 대한민국'이다. 해커를 잡는 화이트해커 대부로서, 미래 한국 정보보안을 위해 일할 사이버전서들을 육성하는 정보교육 사령관으로서 그의 마라톤은 계속되고 있다.
그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oB, Best of the Best)'은 이미 5기 교육생까지 배출했다. BoB 수료생을 주축으로 구성된 'DEFKOR'팀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해킹대회 데프콘(DEFCON CTF)23에서 아시아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화이트해커의 대부'라 불릴만하다.
유 원장은 "한명의 우수인력이 수만 명을 대신할 수 있는 IT보안 분야에는 눈에 보이는 '인력의 수'는 무의미하다. 질적으로 우수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는 게 정보보안 분야에서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기성과에 매몰된 현재 IT인재교육 상황에서 그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적 문화 조성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치계 원로에서 화이트해커 대부로
유준상 원장은 호남 출신으로는 최연소인 39세에 11대 국회에 입성, 내리 4선을 한 중진의원이다. 의원생활 당시 최고위원 경선 직전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음에도 병상에서 눈물겨운 서신과 휠체어를 탄 채 연단에서 한 명연설로 유명하다.
이후 정치일선에서 물러나는 쉽지 않은 결심을 굳혔고, IT분야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그 곳이 현재 재임 중인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이다. 유 원장은 여기서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을 곳이 정보보호 산업의 발전과 인재양성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유 원장은 "부임 전까지 경제과학위원장직 때 지식만이 있어 많은 부분이 부족했다"며 "당시 정보보호 분야 저명한 교수들과 산업계 대표, 현업 최고의 화이트해커들 자문을 듣고 조언도 구했다"고 했다.
유 원장이 재직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정보보안에 대한 인식·관심과 교육체계, 정부지원 등 모든 부분이 척박했다. 정부는 물론 산업계도 보안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중요성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유 원장은 마라톤에서처럼 IT분야에서도 다시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보안이 없으면, 보안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모든 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
유 원장은 확고했다. '정치계 원로'가 직접 정치계 후배들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며 정보보안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보안 전문인력 10만 양성설'을 주장한 것도 이 때다.
IT강국이지만, 정보보안에는 취약했던 한국에 급증하는 사이버테러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핵심자산인 ‘정보’를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장본인이 유 원장었던 것이다.
그는 아직도 '우수한 인재가 바로 산업 발전의 동력'이라는 인식 하에서 정보기술연구원을 보안인력 양성 전문기관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한국의 사이버보안 100년을 설계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앞으로 백년을 위한 초석이자 근본이기에 그만큼 체계적인 계획아래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한국이 정보보호 분야에서 인재육성과 대응체계 근간을 마련한 것은 유준상 원장의 노력과 확고한 방향성이 시발점이다.
유 원장은 직원이 30여명에 불과했던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을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정보보안 교육 컨트롤타워로 발전시켰다.
이제 정보기술연구원에서는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oB, Best of the Best)'을 통해 매년 140여명의 '화이트해커'가 육성된다. 일본과 대만 등에서 앞다투어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BoB는 대회입상 181건, 취약점 제보 147건, 기술발표 123건, 논문발표 70건 등 성과가 이미 가시화됐다. BoB 수료생을 주축으로 구성된 'DEFKOR'팀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해킹대회 데프콘(DEFCON CTF)23에서 아시아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3위에 입상해 그 실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특히 유 원장은 세계에서도 대표적인 정보보안 인력 육성의 사령관으로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정보기술연구원은 유명 국제 컨퍼런스인 RSA컨퍼런스 정보보안 교육부문 공로상을 수상했다. 정보보호 인력 10만명 양성은 물론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BoB의 기획·운영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유 원장은 아직도 정보보호 인재는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단기적인 성과를 찾고, 성과중심의 교육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실적을 고민하는 '목표지향적 교육'으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유 원장은 "전문적인 교육을 더욱 강화하면서 끊임없는 자기주도적 성장을 가능케 할 환경과 동기부여가 이루어져야 국민의 삶을 보다 안전히 지킬 수 있는 보안인재를 끊임없이 배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정보호호 인재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런 노력은 언제까지고 지속돼야 한다"며 "이제 우리가 어렵사리 길러낸 정보보호 인재들을 믿고 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권한과 환경을 만들어 줄 때"라고 강조했다.
◇국보급 인재는 '발효의 리더십'으로 시작한다
유준상 원장이 말하는 정보보호의 중심은 '사람'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잠재력을 찾아 생명력을 불어 넣어 재능과 능력을 숙성시키는 '발효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유 원장은 정보보호 인재육성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는 "5기까지의 BoB을 1세대로 보고, 올해부터는 2세대의 BoB이 될 것"이라며 "1세대들이 성장할 수 있는 무대와 2세대에 걸맞는 새로운 환경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원장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고 있는 BoB에 앞서 어린 시절부터 정보보호에 흥미와 재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저변확대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어린 시절의 관심·흥미가 곧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창의적인 인재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의미다. 연장선에 올해부터 시작되는 '사이버 가디언즈 활동지원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들의 멘토가 돼 줄 화이트해커의 경연장인 '화이트해커리그', 또 일반인들도 정보보호에 대해 느끼고 체험하는 체험환경을 만드는 게 골자다.
유 원장의 이러한 구상 중심에는 발효의 리더십이 있다.
그는 "발효의 리더십은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더불어 존중하고, 소통으로 잠재력을 개화해 숙성되는, 지금 시대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자질"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교육체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그렇게 성장한 인재들이 뛰놀고 협력하면서 발전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정보보호 활동 외에 이루고 싶은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 그는 "통일이 되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달리고 싶다"며 "그렇게 뛰어간 평양에서 평양시장에 출마해 당선되는 게 마지막 꿈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은
▲광주고, 고려대 경제학 학사·석사, 건국대 정치학 외교분야 박사 ▲국회 경제과학위원장 ▲대한민국 제 11, 12, 13, 14대 국회의원 ▲민주당 원내수석부총무, 정책의장, 최고위원 ▲부총재 ▲88서울올림픽 특별위원, 올림픽위원 ▲미국 하와이대 동서문화연구센터 연구학자 ▲국회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 ▲국제의원연맹(IPU) 부의장 ▲일본 와세다대학교 아태연구센터 국제자문위원 ▲중국북경대학교 연구학자 ▲21세기 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좋은나라포럼 상임대표 ▲(사)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명예회장 ▲아세아롤러연합회(CARS) 부회장 ▲(사)One Asia Club 서울 고문 ▲2013인천아시아게임조직위원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