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관련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 노선을 두고 청주시가 청주를 경유하는 새로운 노선을 제시하며 KTX역 세종역 신설 갈등에 이어 서울-세종 고속도로 경유 노선 대립 '2라운드'가 시작됐다. 타당성과 정당성 논란은 물론 감정 대립까지 이어질 추세다.
KTX 세종역 신설을 저지하고 있는 청주시는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 노선을 청주를 경유하는 노선안으로 조정해 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에서는 새 노선안을 지지하는 시민단체까지 결성되는 등 고속도로 청주경유 관철을 위한 의지가 확고하다.
청주지역은 새 노선안을 지지하는 시민단체까지 결성했다. 이미 지난 3일 청주 서원구청에서 '제2경부고속도로 청주 남이 분기 유치위원회'를 발족됐다. '고속도로 청주 경유 노선 유치위원회'도 노선 변경을 위해 조직적으로 정당성 확보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타당성 여론 활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세종 고속도로가 청주 지역을 꼭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역발전을 위해 세종 고속도로의 청주 경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청주 유치위원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앞서 그는 지난 1월 31일 청주시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주간업무보고를 통해 "오송역세권을 발전시켜 KTX 세종역 설치를 막을 것"을 강력히 주문하기도 했다.
세종시는 원안대로 추진의지를 밝혔다. 세종시는 경제성을 이유로 계획된 노선으로 추진할 것을 주장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최근 정례브리핑을 통해 "세종 고속도로의 노선을 청주 쪽으로 바꾸면 보상비가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원래 계획한 노선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청주시가 충북지역 발전을 이유로 청주 경유 노선을 주장하면서 이승훈 시장과 이춘희 시장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도시의 법적 지위는 세종시가 우위에 있지만 인구수만 놓고 보면 청주시가 3배 이상으로 절대적으로 많다보니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두 지역 시민들도 억한 심정을 드러냈다. 세종시민들은 "KTX 세종역도 그렇고 이번에는 고속도로 노선까지 청주시가 왜 자꾸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청주시민들도 "세종시가 국가 균형발전의 선도 도시임은 인정하지만 모든 기반의 초점이 세종시로 맞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두 도시에 도움이 되는 최적안은 청주시를 경유하는 노선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골고루 발전하는 충청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승훈 시장이 청주의 발전을 주장하며 강도 높은 정책을 밝히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불투명한 정치생명 위기에 직면한 이 시장이 지역발전을 위해 과감히 나설 수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이 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이승훈 시장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400만원, 정치자금 증빙자료 미제출 혐의에 대해서도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곧바로 항소한 그는 오는 20일 항소심 선고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