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해 중국이 강력 대응하지 않으면 미국 단독으로 대북 대응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오는 6~7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전방위적으로 견제하려는 뜻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 트럼프 "중국, 북한에 큰 영향력...협조 없으면 미국 단독 대응"
이어 "나는 시 주석과 중국에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협조한다면 중국에 좋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회담을 나흘 앞두고 나온 이번 발언은 대북 대응 포지션을 분명히 할지, 미·중 무역 분야의 강대강 구도를 굳힐지와 관련해 시 주석 측에 부담을 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경선 후보 시절부터 대북 대응 관련 '중국 역할론'을 강조해왔다.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무역과 환율 분야에서 중국을 거세게 비난해 왔던 만큼 이번 회담에서 나오는 중국의 입장에 따라 무역 보복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관·기업까지 제재 부과)'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미·북 관계에 중국을 끌어들여 북한과 중국을 한번에 통제하는 이른바 '쌍끌이' 작전을 활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 대북 정책 공개 앞두고 중국 압박 제스처 되나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대북 가이드라인 공개를 앞두고 미국의 대북 대응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FT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군사력 행사를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해왔다. 백악관도 현재 북한 핵과 미사일을 현존 최고의 위협으로 규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첫 번째 대북 대응책을 공개하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안보 주축들의 입을 통해 대북 의지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의 방미가 확정된 만큼 모든 채널을 총동원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ABC 방송에 출연해 "북한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며 중국도 그것을 알고 있다"면서 "중국은 말로만 북한을 규탄할 것이 아니라 '결정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중국이 행동에 나서도록 계속 압력을 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NSC의 핵심 인력인 캐슬린 맥팔런드 부보좌관도 언론을 통해 "북한이 트럼프 정부 1기가 끝나기 전에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을 미국에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오는 6∼7일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처음으로 미·중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