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영화 감독이 꿈이었던 소년, '칸' 대신 '토니賞'을 꿈꾸다

2017-03-3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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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브로드웨이·英웨스트엔드서 뮤지컬 제작의 꿈 키워

'맨 오브 라만차' 등 라이선스 재창작 연타석 히트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이번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가 대구 공연부터 지금 서울 공연까지 잘 해오고 사랑을 많이 받아서 기분이 좋죠. 2004년 초연 때 느꼈던 행복과 비교할 순 없지만 관객들이 이번 프로덕션에도 지지를 보내줘서 기쁩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의 제작을 맡은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뮤지컬 ‘그리스’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드림걸즈’ ‘닥터 지바고’ ‘스위니 토드’ ‘뉴시즈’.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작품들은 신춘수 대표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다. 현재 열리고 있는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 역시 10년 넘게 한국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답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영화감독을 꿈꾸던 청년, 뮤지컬계에 발을 들이다

사실 신 대표의 어렸을 적 꿈은 뮤지컬 제작자가 아닌 영화감독이었다. 영화를 좋아하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도 좋아하게 된 신 대표는 서른 살을 갓 넘은 나이에 뮤지컬 회사를 차렸다. 2000년도 안 됐던 당시엔 벤처기업 신화가 자연스럽지 않았던 때였기 때문에 신 대표의 도전은 말 그래도 모험 그 자체였다.

신 대표는 “꿈도 컸다. 처음 회사를 만들었을 때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고 싶었다. 단지 한국에서만 공연하는 것이 아닌,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생각한 부분들을 하나씩 하나씩 실행해 나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세계적인 뮤지컬 거리인 미국의 브로드웨이와 영국의 웨스트엔드를 다니면서 신 대표는 본격적인 뮤지컬 제작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뮤지컬을 만드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다 보니 창작 뮤지컬로 첫 제작을 시작했고,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작품이 ‘안녕 비틀즈’다.

신 대표는 “뮤지컬을 만들다 보니 뮤지컬의 본질도 알고 싶고, 평소 좋아하는 뮤지컬도 직접 제작하고 싶더라. 그래서 그 후 본격적으로 라이선스 뮤지컬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뮤지컬의 깊이를 이해했고,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맨 오브 라만차’ 성공 작품은 ‘지킬 앤 하이드’

지금이야 뮤지컬 시장이 제법 커졌지만, 신 대표가 막 회사를 키우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는 뮤지컬 시장이랄 것조차 없었다. 뮤지컬을 좋아하고 이해하는 관객층 자체가 좁다 보니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던 예술인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기도 했다. 뮤지컬 시장의 초석을 다진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이 그들이다.

신 대표는 “당시에는 뭐든 부딪치면서 배웠다. 그러나 가장 행복한 시기였고, 가장 기쁨이 큰 시기였다. 새로운 배우와 새로운 제작 팀을 발굴하는 것도 재밌었고, 새로운 작품을 통해 배우는 것도 컸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일하면서 배우는 게 더 즐거웠다”고 떠올렸다.

신 대표의 대표작인 ‘지킬 앤 하이드’와 ‘맨 오브 라만차’도 2004년과 2005년에 막을 올린 작품이다. 그 외에 흥행에 실패한 작품들이 많았지만 뮤지컬 시장 정리가 안 됐던 때라 하고 싶었던 작품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고 신 대표는 말한다.

그는 “‘맨 오브 라만차’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내 인생 자체가 그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처럼 흘러온 것 같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꿈과 희망을 갖고 도전하는 것에 대한 메시지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킬 앤 하이드’는 내게 가장 큰 성공을 안겨 준 작품이다. ‘닥터 지바고’는 조금 아쉬운 작품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프로듀싱을 했는데, 거기서는 클래식한 뮤지컬이 주류가 아니라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종류와 반대되는 마니아틱한 작품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한국적인 뮤지컬? 결국 누가 만드느냐가 중요

2000년부터 10년 동안 성장기를 거친 한국 뮤지컬 시장은 최근 포화 상태에 직면하기도 했다. 많은 작품이 무대에 오르고 있지만 익히 알려진 작품이거나 유명 배우나 아이돌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들만 생존할 뿐 나머지 작품들은 사장되기 일쑤다. 완성도를 지닌 작품도 티켓 파워를 갖춘 배우를 캐스팅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이에 우리나라 뮤지컬계 역시 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번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도 서울과 대구를 비롯한 국내 8개 도시 공연을 진행한 뒤 싱가포르, 마카오, 중국 등 아시아 시장과 미국으로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으로 닻을 올렸다.

신 대표는 “한국적인 뮤지컬이란 정의 자체가 애매모호하다. 예를 들어 우리 문화의 색깔이 들어간 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뮤지컬로 만든다면 상업적으로는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되 모두에게 통용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 작품으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뮤지컬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 프로듀서나 한국 크리에이티브 팀이 만든 것을 말한다”면서 “결국엔 높은 완성도와 강한 경쟁력이 중요하다. 그다음엔 능력 있는 프로듀서가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신 대표는 “좋은 뮤지컬로 관객의 사랑을 받는 것이 내 목표다. 관객이 언제든 가면 볼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 요즘 부담감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데, 좋은 작업을 위해서라도 여유 있는 마음으로 건강하게 지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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