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vs 접근성…‘오프라벨 처방’ 딜레마

2017-03-2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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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임상시험위 타당성 검토 필수

임상시관 외 병원 등 처방 불가능

보건복지부 규제 완화 추진 움직임

비급여약품 남용 우려 국회 등 반대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주경제 이정수 기자 = 필요한 경우 약을 허가되지 않은 질환에 쓰는 이른바 ‘오프라벨’ 처방을 확대하는 방향의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좀처럼 사회적 합의 도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의약품 오프라벨(off label, 허가범위 외) 사용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한 바 있다.

오프라벨 처방은 해당 의약품이 특정 질환에서 허가된 의약품보다 효과가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한데도 임상시험 근거가 부족해 허가되지 않은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오프라벨 처방 사례가 황반변성 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 ‘아바스틴’ 등이다.

현행 제도 상 의료기관이 의약품을 오프라벨로 사용하기 위해선 의료기관 내에 있는 임상시험심사위원회를 통해 의학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심평원과 식약처 심사·승인을 거쳐야 비급여로 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약품임상시험실시기관이 아닌 병원 등에서는 오프라벨 처방 신청·승인이 구조상 불가능했다.

이에 정부는 보편적 사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오프라벨 사용 약제에 대해서는 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선 병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당시 국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현재는 법안 내용에 대한 재검토 중에 있다.

이들은 법적 규제 완화로 의약품 허가범위 외 사용을 확대하게 되면, 기존 의약품 허가제도를 무력화시키고 비급여 의약품을 남용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좁히지 않는 입장 차는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의약품 오프라벨(off label, 허가범위 외) 사용,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간담회에서도 확인됐다.

김춘래 식약처 의약품관리총괄과장은 “추후 유효성이 확인되면 허가 제도권 내로 진입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서 심의받고 있다”며 “보편적인 오프라벨 사용의 법적 허용은 안전성 검증 측면에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오프라벨 논의는 허가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안전성 문제는 규제 강화로 해결할 것”이라는 의견을 폈다. 또 “오프라벨 사용엔 제약사도 책임이 있다. 허가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임상시험을 강제할 여지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희영 서울대학교 연구부총장도 “임상에서 흔히 쓰는 항암제 중에는 소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면서 “소아에도 허가받도록 강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오프라벨 처방에 범법자라는 죄책감이 들 정도”라고 했다.

실제로 항암제나 희귀질환약의 경우 소아에게 투여할 수 있도록 허가된 경우가 드물다. 소아 유병률이 현저히 낮아 임상시험이 어렵거나 투자가치가 낮기 때문인데, 임상 현장에서는 소아에게 항암제를 허가범위 외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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