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61·구속) 측에게 430억원대 뇌물을 줬거나 주기로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법정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공소장의 위법성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이 부회장에 대한 정식재판은 다음 달 5~6일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23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팀은 이 부회장 측에서 공소장이 위법하다고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공소장에는 재판부에 예단을 줄 수 있는 서류가 첨부되거나 증거가 인용된 바 없다"고 반격했다.
다시 말해 특검이 작성한 공소장 자체의 효력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공소제기 시 공소장 하나만 제출하고, 기타 증거 등은 제출해선 안 된다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이날 특검은 "이 부회장 변호인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사건이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사건 등이 공소장에 기재된 걸 문제 삼는다"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련의 과정 중 하나가 해당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 인수이다.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 간접사실이며 핵심적인 범죄 구성요건을 적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부회장 변호인은 "특검은 예단할 수 있는 서류가 첨부되지 않았다는 점만 주장하는데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인용됐다"고 맞서며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때 어떤 지시를 내렸고, 어떻게 범행을 공모했는지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변호인 측 주장도 반박했다. 특검 측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 뒤 삼성그룹 임원들에게 대통령에게서 들었던 뇌물의 요구에 대한 언급을 그대로 전달하며 지시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삼성그룹 자금으로 정유라씨를 지원하거나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이 사실인지, 만약 사실이라면 이유가 무엇인지, 이 부회장이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관계를 알고 있었는지, 미르·스포츠재단이 최씨의 사적 이익을 얻는 창구로 변질한 점을 알고 있었는지, 삼성전자가 코어스포츠와 맺은 컨설팅 계약이 허위로 이뤄진 것인지, 허위라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정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특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는 데 전제가 된 부분으로 재판부가 이 부회장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한 쟁점을 정리하고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들에 대해 두 차례의 준비기일을 끝으로 곧장 공판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이 부회장 측의 요청에 따라 오는 31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갖기로 했다. 이어 다음 달 초에 첫 공판을 시작으로, 일주일에 두세 차례 집중적으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