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뮤지컬 곡 ‘지금 이 순간’으로 유명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의 중국 공연이 최종 무산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지난 10일 열렸던 서울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공연에 대한 불안감이 감지되기도 했지만, 제작사 측에서 공식적으로 공연 취소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와 피아니스트 백건우 등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무대가 취소된 데 이어 뮤지컬 공연까지 중단되면서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공연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의 제작을 맡은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지난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중국 공연은 진행되지 못할 것 같다. 사드 문제가 해결되면 중국 투어를 추진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으로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추후에 상해, 북경, 광저우 등을 도는 투어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 중 중국은 가장 기대를 모았던 나라였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 또한 높아져 한국 공연계에서는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었다.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역시 중국 공연에 대한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상태였다.
제작사 관계자는 “공연 장소도 섭외가 됐었고, 배우 오디션도 끝났었다. 한국 제작 팀이 스태프로 참여하지만 무엇보다 중국어로 제작된다는 것이 의미 있는 부분이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배치 보복이 절정을 이루던 지난 10일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서울 공연 기자간담회에서부터 중국 공연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던 신춘수 대표는 중국 공연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만 밝힌 바 있다.
신 대표는 “중국 공연 관련 발언 자체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우리 프로덕션 말고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문제가 공연 시장에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3일 뒤늦게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한류 콘텐츠시장 점검 종합대책반을 구성하고 한류 콘텐츠 시장 다변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현재 공연 제작사에 전화를 돌리며 애로 사항을 접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교 관계가 풀리지 않는 이상 문체부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공연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