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류 관련 규제, 한국 단체여행 금지, 한국산 상품 불매운동, 문화·스포츠활동 중단, 투자 및 인허가·통관 업무 제재, 지방정부 간의 교류 중단,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성 행정처리 등 전방위로 한국을 공격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등을 동원해 연일 한국을 공격하는 보도도 일삼고 있다.
지금 중국에는 80만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살고 있다. 공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에서부터 기업의 주재원, 현지법인에 근무하는 직원, 자영업자, 유학생 등 다양한 부류의 한국인이 있다. 한국산 상품과 서비스 불매운동은 도를 넘어서고 있고, 식당이나 길거리 택시 안에서 한국인임을 밝히기를 꺼린다는 보도가 그치지 않고 있다. 현지 교민들은 엄청난 정신적 및 육체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최대의 피해자는 재중한국인이다.
한·중 양국이 수교한 지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재중한국인은 한·중간 경제교류의 첨병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한·중 간의 경제·문화 교류에서 재중한국인은 핵심적으로 기여했다. 중국에 살고 있는 교민들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이민을 가서 현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교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재중한국인들은 한국에 주민등록이 돼 있고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그리고 한국에 세금을 납부하는 순수한 한국인이다.
정부는 사드와 관련된 군사·정치적 문제와 경제적 문제는 분리해 '투트랙'(Two track)으로 중국 정부와 협상을 해야 한다. 군사적인 문제는 해결이 더딜 수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에 해결이 가능하다. 경제는 양국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관계가 경색되면 중국기업들도 우리와 비슷한 정도의 고통을 받는다. 중국 정부도 자국기업들이 겪는 피해에 대한 출구전략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해결의 실마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중국의 병법가 손자(孫子)는 '손자병법(孫子兵法)'에서 “나라에 이롭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말고(非利不動), 승리를 얻을 수 없으면 군대를 사용하지 말며(非得不用),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면 싸우지 말아야 한다(非危不戰)”고 가르치고 있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중국에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게 없고, 양국이 쌓아온 우호만 해치는 불필요한 조치임을 중국 정부도 인식해야 한다. 사실 한국 내 사드 배치로 한국이 중국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전략이 위협이 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중국이 싸워야 할 상대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인 것이다.
재중한국인은 중국의 민심이 흉흉하다고 해서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 중국인이 보여주는 국수적 민족주의는 시대에 뒤떨어진 수준 낮은 애국심이다. 일일이 그들과 충돌하면서 문제를 확대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 법을 준수하고 대범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중국인들을 포용하는 배려심을 보여 줄 정도로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고난 속에서도 참고 생존하는 DNA를 가진 민족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민족적으로 강한 단결심과 자존심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아래에 재중한국인회 이숙순 회장이 주중한국대사관(대사 김장수)에 전달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서한을 소개한다.
◆ 한반도 내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대책 촉구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80만 국민들은 주한미군의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인해 생사존망의 기로에 처해 있다. 이에 중국한국인회는 중국 거주 국민들이 느끼는 공포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조치와 즉각적인 행동을 강력히 촉구한다.
1. 정부는 국민 행복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국민안전과 민생경제가 최우선시돼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2. 정부는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민들과 미래 한·중 관계 주역이 되기 위해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우리 유학생 등 80만 한국인 역시 대한민국 국적의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 강행이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국민들의 의견을 분열시켜 화합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과 생계불안 및 피해의 원인임을 인지하고, 이를 신속하게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
4. 정부는 수교 25년을 맞으며 동반 성장해 온 한·중 양국 관계가 악화되지 않고 호혜 협력 하에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외교 역량을 십분 발휘해 중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협의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조평규 단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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