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경제제재는 한국의 한류 관련업과 관광업종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중국사업의 존폐를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또, 중국 내수시장에서 소비재를 공급하는 우리 기업들은 소비자의 날인 3월 15일을 앞두고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이날 중국 국영 CCTV에서 방영하는 3·15 소비자 고발프로에서 '혹시나 사드 문제와 결부돼 한국산 상품 혹은 한국기업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무더기 소비자 고발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3·15 소비자 고발프로의 영향력은 워낙 대단해 회사의 존망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기업들조차 소비자의 날이 다가오면 벌벌 떨 정도다. 중국의 보도기관은 정부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곳이다. 한국기업 상품에 대하여 고의적 혹은 악의적 고발이 없기를 기대한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군사·정치적인 문제다. 정치적 문제를 경제적인 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에 맞지 않을 뿐더러,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주의를 주장해온 중국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조치다. 특히, 전 세계 다양한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중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해오고 있다. 중국은 이미 'G2'로 올라선 경제대국이다. 대국에게는 대국으로서의 국제적인 책임을 가져야 한다. 정치문제를 경제분야로 끌어들이는 것은 소국조차도 하지 않는 속 좁은 처신이다.
중국의 고전 '중용'(中庸)은 모든 행위는 시간·지점·방식 등이 모두 적절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중용은 '지나침도 없고 미치지 못함도 없는 상태'(無過無不及)를 말한다. 중용의 도는 중국 문화의 독특한 철학적 지혜이기도 하다.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중용이 아니라, 법가에서 말하는 투쟁이 시대의 최고 가치가 된 적이 있다. 법가가 주장하는 것은 “너 죽고 나 살자”처럼 양립을 불허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은 법치주의를 국가경영의 핵심기준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원칙만 있고 융통성이 없다면 편협해지지 않을 수 없다.
동양의 고전 '주역'(周易)을 읽어가다 보면 “변할 수 있는 것은 좋으며, 변할 수 없는 것은 좋지 않다”는 기본 사상을 가지고 있다. 또한, “모순이 있어야 충돌이 있고, 충돌이 있어야 변화가 있으며 변화가 있어야 발전이 있고, 발전이 있어야 미래에 대한 전망이 있다” 즉, 주역은 변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한국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방어체계다. 그리고 한국·북한·미국·중국 등 주변국과 연결돼있는 상호 모순된 상황인 것도 현실이다. 중국이 사드에 대한 전략적 가이드 라인을 정해놓고 군사적으로 약한 이웃을 향해 교묘한 수단을 동원해서 협박하는 것은 원칙과 융통성, 모순을 받아들여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고전의 지혜를 외면하는 행위다.
중국은 '하드파워'(hard power)가 아니라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통해 자국이 매력적인 나라임을 세계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일련의 조치는 다른 것도 포용하여 화합한다는 '화이부동'(和而不同)과는 다르다. 오히려 하나만 있고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화하는 '동이불화'(同而不和)의 소인배의 행위와 닮아있다.
중국은 동서양을 하나로 묶는 거대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带一路)와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아시아에서 출발하여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유사 이래 최대의 역사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60여개 나라를 거쳐야 한다. 만약 중국이 최근 사드 배치에 대해서 한국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일대일로를 추진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지구촌은 이제 국경의 구분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세계는 인권·평화·자유·사랑·인도주의 등 인류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일부의 반한 감정을 표출하는 국수주의적 행동을 용인하고 부추기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은 대국답게 정정당당히 나서야 한다.
중국연달그룹 조평규 집행동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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