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이제는 내수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통상 압력에도 대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후 정치적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대내외적 암초들이 곳곳에 놓여 있어 국내 경제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는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기점으로 한국 제품 불매 운동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내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소득 확충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는 한편, 대외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한 경제 외교를 강화하되 다원적 네트워크를 통한 수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수 진작, 심리 불안부터 잠재워야
내수는 결국 가계와 기업,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켜 침체된 소비와 투자를 끌어내는 것만이 길이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규제를 풀어 시장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를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관광 등 서비스업 분야를 확대해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프리존특별법에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주요 지역내 기업이 신성장산업에 투자,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게 인허가기간 단축 등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부가 기업의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를 최대한 풀어 주고 적극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기업 투자가 늘면 일자리가 생기고 이는 곧 가계소득으로 이어져 소비활동을 일으켜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가계부채 ‘뇌관’, 집중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가계 부채 총량을 줄이는 등 가계 빚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는 15일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은 국내 가계부채 증가란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위협적인 요소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국내 시중 금리를 압박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이자부담은 곧 가계 빚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는 빚에 짓눌린 가계의 소비 여력을 떨어뜨려 소비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내수 회복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특히 100조원이 넘는 다중 채무자와 채무 취약 계층, 악성 부채에 시름하는 자영업자들은 우리 경제에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다음 달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이는 넉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 환율조작국 지정 등은 내수 뿐 아니라 수출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가계대출 구조를 바꾸는 분할 상환 제도 등을 도입하는 등 가계 부채를 집중 관리하는 한편, 중국과 다르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 국제 네트워크 넓혀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은 경제 외교를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 네트워크 확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롯데마트 영업정지 등 중국의 보복 행위가 특정 기업에서 한국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다, 관광과 유통, 문화 산업까지 압박 수위가 전방위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중국에 안보와 경제는 분리해야한다는 원칙을 확고히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세에 사드 배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적극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다원적 네트워크 외교를 강화해 미국, 중국 등 수출 의존도를 탈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유럽연합(EU)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심하다는 한계를 극복하려면 경제 외교를 강화하는 것만이 길”이라며 “중국 주변 국가들과의 전략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수출국을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