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할아버지 “한국은 슬픈역사 이겨낸 강한 나라”

2017-03-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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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인도법인 근무 비크람 스리드하란씨, 한국과 인연의 소개

인도 포로감시임무부대(CFI) 여단 소속으로 6.25전쟁 당시 한국에 파병된 비크람 스리드하란씨의 할아버지 고팔라스와미씨가 전장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은 슬프고 힘든 역사를 지녔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 강인한 국가였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에서 모바일 기기 B2B 영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비크람 스리드하란(Vikram Sridharan)씨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할아버지가 한국을 떠올릴 때면 늘 이 말씀을 전해주셨다고 한다.
그의 할아버지 고팔라스와미(Gopalaswamy) 씨는 1950년 11월, 인도 전쟁 포로 송환용 포로감시임무부대(이하 CFI) 여단 소속으로, 60공정 야전병원 부대원들과 함께 한국 땅을 밟았다. 6·25전쟁 당시 중립국이었던 인도는 한국에 전투부대를 파병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의 요청으로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과 함께 한국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했다.

인도군의 활약상은 대단했다. 60공정 야전병원 부대는 1954년 철수할 때까지 연간 627명의 인력이 투입돼 군인·민간인을 포함, 입원 환자 2만 명과 외래 환자 22만여 명을 돌봤다. 진행한 수술 횟수도 2234회에 이룬다. 부대원들이 쓴 붉은색 베레모 때문에 ‘붉은 천사’로 불렸다.
 

6.25전쟁 당시 인도 포로감시임무부대(CFI) 여단 소속으로 6.25전쟁 당시 한국에 파병된 고팔라스와미씨가 군사분계선 철조망에서 경계 근무를 서던 중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CFI여단도 특별한 일화를 겪은 뒤 ‘양동이 여단(Bucket Brigade)’란 별칭을 갖게 됐다. 평양 인근에 주둔해 있던 부대원들에게 대동강 철교가 끊어지기 철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는데, 워낙 급히 이동하다보니 열차 엔진의 열이 올라 주행을 못하게 된 것이다. 부대원들은 급한 대로 양동이로 대동강 물을 퍼 나르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무사히 대동강 철교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그들은 별명이 양동으로 불리게 되었다.

60공정 야전병원 부대는 파병기간 동안 미국 187 공수연대전투단의 ‘토마호크 작전’을 지원했다. 토마호크 작전은 철수하는 적군의 퇴로를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60공정 야전병원 부대는 이 작전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인도군 내에선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의 전시 무공 훈장인 마하 비르 샤크라 훈장 2개, 세 번째로 높은 무공 훈장인 비르 샤크라 훈장 6개를 포함해 다수의 표창을 받았다. 수훈 보고서에도 25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인연을 맺을 수 없었던 한국에 와서 목숨을 걸고 평화를 지켜낸 할아버지는 생전 어린 손자가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그 때의 경험을 자주 들려주셨다. 비크람 씨는 지금도 혹한의 날씨 속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단다. 또한 계속된 전쟁으로 고난과 역경을 겪었어도 끝내 이를 이겨내고 성장한 한국의 저력과 강인함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단다.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는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201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지금까지 한국과 함께하고 있다.

비크람씨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한국과 인도 모두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저 역시 할아버지가 지켰던 나라인 한국,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게 돼 뿌듯다”면서 “할아버지도 본인이 남긴 과거의 유산을 손자가 전 세계에 함께 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신다면 기뻐하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함께한 한국과 인도 간 인연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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