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승리했다!
유난히 추운 날이 있었다. 눈이 내린 날도 비가 오는 날도 있었다.
그 시간에도 어김없이 주말 오후가 되면 광화문광장으로 촛불은 밀려들었다.
설연휴 전날을 제외하고 지난해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지난 4일 19차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매주 주말을 반납한 1600만명의 시민은 위대했다. 그래서 그들이 든 촛불은 더 위대했다.
기어코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소추하도록 이끌었고, 석달동안 지리한 법정다툼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 마침내 10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인용 선고를 내리게 했다.
우쭐되지 않겠지만, 촛불시민들은 이날 평일임에도 광화문광장을 찾아 박근혜 파면을 축하한다.
촛불시민들은 스스로 대견해하고 서로를 격려한다.
광장은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가 평등하며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인정하면서 광장 너머를 지향한다.
'촛불이 승리했다! 탄핵은 시작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요구는 현재진행형이다.
평일 저녁시간의 광장이 촛불시민으로 가득차고, 촛불은 그래서 유난히 빛난다.
광장은 서서히 축제장으로 변신을 하고 있다. 촛불시민은 축제를 즐길 충분한 자격이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이날만큼은 축제를 통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아직 바람이 차다. 찬바람속에서도 시민들은 추위를 잊는다. 무대에 누가 올라도 좋다. 이날은 그런 날이다. 촛불이 승리한 날이다.
한 사람의 퇴장이 수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광장의 촛불이 열기를 더해 찬기운을 몰아내고 기어코 봄을 부른다. '박근혜가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 이제 봄이다.
20차 촛불집회는 11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