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스키 용품 판매점에 들어가 직원에게 헬맷, 스키복, 스키부츠, 스키, 스노우보드 등 스키용품 브랜드 가격 원산지 판매현황까지 꼼꼼히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스키캠프에 참여 중인 스키 꿈나무들과 만나 "빙설스포츠는 어렸을 적부터 배워야 한다"며 "여러분들 중에 우수한 선수들이 나오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시 주석은 더불어 2022년 베이징·장자커우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도 기원했다.
시 주석이 직접 스키장을 찾은 것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스키를 비롯한 동계 스포츠 육성에 대한 중국 최고지도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른 바 중국의 ‘겨울스포츠 굴기(崛起 우뚝 섦)’를 선언한 것.
◆‘겨울스포츠 인구 3억명’ 목표
중국은 겨울스포츠 인구 3억명을 제창하며 빙상·빙설 스포츠 산업규모를 2020년까지 6000억 위안, 2025년까지 1조 위안(약 166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가체육총국이 지난 해 11월 발표한 '빙설스포츠발전규획(2016~2025년)'과 '전국빙설스포츠 시설 건설규획(2016~2022년)'을 통해서다.
계획에 따르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22년까지 전국적으로 스케이트장 650개 이상(신규 500개 이상), 스키장을 800개 이상(신규 240개 이상)까지 확충하고, 스키장 슬로프 총 면적 1억 ㎡, 총 길이 350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6년 후 중국 내 스키장과 스케이트장은 지금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10년 후인 2025년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빙상빙설 스포츠 특성학교를 5000개까지 확충하고 전문 훈련교사도 육성하는 한편 동계스포츠 선수 500만명, 동계스포츠 인구 3억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완커가 2월 발표한 ‘중국스키산업백서’에 따르면 지난 한해 신규 건설된 스키장 78곳을 포함해 2016년말 기준 중국 내 스키장 수는 모두 646개에 달했다. 이는 2015년 568개에서 13%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2016년말 스키 인구도 1510만명으로 전년 대비 20% 넘게 늘었다.
베이징청년보는 전 세계적으로 스키장이 약 6000여개 분포한다며 미국(840곳), 일본(827곳)에 이어 중국이 세 번째로 많은 스키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 세계 스키·스케이트등 겨울 스포츠 시장 수입이 700억 위안(약 11조6500억원)으로, 이중 중국은 100억 위안 이상에 달한다고도 전했다.
다만 중국이 겨울스포츠 강국이 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2월 20일 '겨울스포츠 강국에게 무엇을 배우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해 겨울스포츠를 고도로 중시하는 한국과 일본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으로부터는 겨울스포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 '겨울스포츠 굴기'에 발맞추는 기업들
중국 지도부의 겨울스포츠 육성 프로젝트에 중국 기업들도 응답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재벌들은 겨울스포츠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완다(萬達) 완커(萬科) 그리고 푸싱(復星)그룹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재벌 왕젠린 회장이 이끄는 완다그룹은 일찍이 겨울 스포츠에 눈을 떴다. 지난 2013년 개장한 창바이산 국제리조트 스키장이 대표적이다. 완다그룹이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에 129억 위안을 투자해 만든 스키 리조트다. 세계적인 스키장·리조트 설계 전문업체인 캐나다 에코사인에서 직접 설계를 맡아 건설한 이곳 스키장의 총 바닥면적이 7㎢, 스키 슬로프가 43개다. 이중 동계올림픽 개최지 수준의 고급 슬로프만도 9개다.
중국 얼음도시 하얼빈에 실내 스키장과 스케이트장 등을 갖춘 ‘완다시티’도 올해 6월 오픈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이다.
완다그룹은 중국 기업 최초로 동계올림픽 7개 종목 경기중계권도 독점하고 있다. 완다그룹이 2015년 12억 달러에 인수한 스위스 인프런트 덕분이다. 이 회사는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경기중계권을 독점판매하는 스포츠마케팅회사로 유명하다.
‘중국의 워런버핏’이라 불리는 궈광창 회장이 이끄는 푸싱그룹은 세계적인 리조트업체 클럽메드 인수를 발판으로 스키장 리조트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클럽메드는 지난 2010년 헤이룽장성 야부리亞布力) 스키장에 스키 리조트를 오픈했다. 이곳은 연간 40만명에 가까운 스키어들이 찾는 유명한 스키장이다. 특히 100% 자연설이 특징이며, 과거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이어 지난 해 11월에는 아시아 최대 스키 리조트로 불리는 지린성 지린시 베이다후(北大壺) 스키장에도 리조트를 건설했다. 베이다후 스키장은 총 면적 17.5㎢, 총 슬로프 길이 37㎞를 자랑한다. 특히 최고 930m 높이의 슬로프 등 국제표준의 슬로프 19개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최대 건설업체인 완커도 중국 지도부의 입맛에 맞춰 올해 1월 산하에 겨울스포츠 사업부를 신설했다. 특히 완커가 공략하는 곳은 스키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인 베이징이다. 완커가 발표한 중국스키산업백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 대륙 스키인구의 11.3%인 171만명이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다.
완커는 2016~2017년 시즌에 베이징 인근의 스징룽(石京龍) 스키장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스키장 면적을 70% 더 늘리는가 한편 스키용품 임대시설 면적과 스키 스노우보드 보유량을 각각 60, 70%씩 늘려 하루 최대 5000명의 방문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완비했다. 또 중국 최초로 ‘스마트 스키장’을 구축하는 등 스키장 예약에서부터 스키용품 임대, 식음료 소비등까지 스키장내에서 이뤄지는 결제가 모두 모바일로 간편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 한국 스키장 즐겨찾는 중국 스키어들
한국은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해외 스키 여행지 중 하나다. 완커 보고서는 한국을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해외 스키 여행지 '톱5'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스키애호가들이 선호하는 해외 스키 관광지는 1위가 일본으로 48% 압도적이었다. 그 뒤를 유럽 알프스(23%)·북미(19%)·우리나라(5%)가 이었다. 소후스포츠도 최근 일본 훗카이도와 한국 강원도를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해외 스키여행지라고 꼽은 바 있다.
중국인들의 스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스키장을 방문하는 중국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스키장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2015년 시즌에 우리나라 주요 스키장 14곳을 찾은 중국인 수는 약 6만여명에 달했다. 이듬해인 2015~2016년 시즌에는 전년보다 134%나 증가한 14만명이 한국 스키장을 찾았다. 2010년~2011년에만 해도 2만명이 채 안되던 것에서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베이징·장자커우로 선정된 데다가 개인단위 여행객, 이른 바 ‘싼커’(散客) 관광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인들의 한국 스키여행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우리나라 각 스키장에서도 중국 현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중국인 관광객을 사로잡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