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긴장해라 반도체, 중국이 간다...'기술' 확보가 관건

2017-02-0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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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기업 통한 대대적 투자로 반도체 산업 적극 육성

완벽한 '메이드 인 차이나'로 중국, 나아가 세계 시장 노린다

美 기업 M&A 막혀, '기술력' 확보가 관건...국내 인프라 확충 주력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칭화유니그룹(紫光集团)이 최근 중국 난징에 300억 달러를 들여 메모리 반도체를 짓겠다고 선언했다. 메모리 반도체인 3차원(3D) 낸드플래시와 데이터 처리에 활용되는 D램 반도체 생산이 목표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이 변하고 있다.

국내외 악재 속에서도 지난 1월 우리나라 수출은 반짝 상승세를 보였다. 일등공신이 바로 반도체였다. 영원히 우리의 밥그릇일 줄 알았던 반도체 시장도 결국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중국’의 추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중국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세계의 공장’으로 고속성장을 이룬 중국은 우수한 글로벌 기업 인수와 막대한 투자, 연구·개발(R&D) 박차 등의 노력으로 첨단 제품 설계, 제조, 판매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거대한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까지 ‘중국산’으로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말이다. 이처럼 거대한 꿈을 향해 전진하는 중국에게 완벽한 '메이드 인 차이나' 반도체 생산과 첨단 기술력 확보는 만만치 않지만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산인 것이다.

◇ 핵심 국영기업 통한 과감한 투자

중국은 최근 연간 수 십조원에 달하는 돈을 반도체 산업에 쏟아붓고 있다. 핵심 국영기업을 통해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속도를 올리고 동시에 자국 내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최근 국영기업이자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가 중국 난징 등 공장 건설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자금 규모만 540억 달러(약 62조원)다. 메모리 반도체(D램, S램, V램, 롬 등)자체 생산에 성공해 오는 2018년 중국 기업에게 공급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다. 외부에서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의 대대적 육성, 이를 통한 시장 다지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서 분산투자 전략을 구사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은 15개 성(省) 130곳 반도체 생산업체에 분산 투자를 해 ‘메이드 인 차이나’를 확보를 노렸지만 '돈만 날리고' 성과는 없었다. 이에 칭화유니, 중국 대표 집적회로(IC) 파운드리 업체인 중신궈지(中芯国际集成电路制造有限公司·SMIC) 등 핵심기업을 육성과 이를 통한 반도체 굴기(崛起· 우뚝 섬)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 6월 ‘국가 반도체 발전 추진 요강’을 공개하고 반도체 산업 집중 육성을 위해 200억 달러 규모의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CICIIF)을 조성하기도 했다. 중국정보산업망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 지방자치단체도 거액의 관련 펀드를 운영 중으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중국 전역 펀드의 총 초기 운영자금은 1000억 달러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기업을 늘리고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취약한 비메모리 시장에서의 발빠른 행보가 눈에 띈다.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개발 전문회사) 회사의 경우 지난 2015년의 736곳에서 지난해 1362곳으로 두 배 가량이 늘었다. 세계 1위 수준이다. 1300여개 기업의 총 매출액은 미국 퀄컴 매출액과 맞먹는다.

이러한 노력과 변화와 함께 중국의 집적회로(IC) 매출도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중국의 IC 매출은 3609억8000만 위안(약 60조5472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의 IC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6.1% 급증한 1847억1000만 위안이다.

◇ 왜 반도체?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입국
 

[그래픽= 아주경제 임이슬 기자]


중국이 이처럼 반도체에 집중하는 것은 중국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1430억 달러에 달했지만 90%가 수입산의 차지였다. 미국의 인텔, 퀄컴 등에서 반도체 칩을 수입, 이를 장착한 PC,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을 생산해 다시 수출하는 서글픈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은 세계 70%의 스마트폰, 75%의 태플릿PC, 80%의 셋톱박스(STB) 등을 생산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정보기술(IT) 전문 리서치업체 가트너의 추정치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기업은 삼성전자, 그 다음은 애플이었다. 1, 2위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상위 10위권에 중국 기업 3곳이 진입한 것에 눈길을 끈다. 레노버, 화웨이, BBK(오포, 비보)가 각각 4위 5위, 9위에 랭크됐다. 총 구입비용은 전년 대비 20.7% 늘어난 285억5000만 달러가 예상됐다.

이는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중국 첨단 제조업체가 늘고 있으며 이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확실히 입지를 다지려면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우수한 중국산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세계 시장 파이가 커지고 있는 것도 중국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가 뛰어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 거대하고 잠재력도 큰 ‘노른자’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중국은 ‘껍데기’ 뿐 아니라 ‘알맹이’도 가지려 하는 것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첨단 분야에서의 비교우위 확보도 중국의 주요 목표다. 중국은 기존 3C(컴퓨터·통신·소비자 가전) 외에 사물의 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가상·증강현실(VR·AR),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 창출될 새로운 반도체 수요를 노리고 있다. 이제 막 태동한 시장인 만큼 시장 규칙, 점유 구조 등이 형성되지 않아도전해볼 만 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인터넷 플러스’ 전략을 바탕으로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대표 IT 업체가 뛰어든 △사물의 인터넷 △ 자동차 전자제품 △ 스마트 주방 △ 드론 △ 로봇 △스마트 시티 등 6대 산업을 집중 공략한다는 포부다.

◇ 문제는 기술력…미국 M&A 막는데, 어떻게?

중국의 목표는 완벽한 국산 반도체를 확보하고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투자, 정부의 정책지원, 핵심기업 육성, 인프라 확보 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확보하기 어렵고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기술력’이다.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이 하루 아침에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메모리 반도체 등을 생산할 수 있을까. 생산에 성공해도, 이미 한참을 앞서 있는 미국, 한국 등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중국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우수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인수해 기술력과 고급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잇따라 중국 국내 반도체 공장 건설계획을 공개하는 등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체적인 노력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중국의 전략이 수정된 것은 야심차게 추진했던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샌디스크 인수 등이 미국 당국의 제동으로 무산된 영향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차이나머니의 독일 반도체 회사 아익스트론(Aixtron) 인수도 저지했다. 칭화유니그룹의 난징 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당일 공개된 것도 우연치고는 절묘하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지만 미국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한층 강경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최우선)’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을 천명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내정자도 지난해 12월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 반도체 육성 정책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 중국이 어떤 전략과 방식으로 반도체 산업 발전과 시장파이 확대에 나설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가 이끌었던 미국 전 행정부는 앞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외국 기업을 인수하고 정부 보조금으로 기술을 개량하는 것 외에 ‘제로섬 전략'으로 경쟁상대를 쓰러뜨린다”며 “구체적으로 국내 기업(구매자)이 자국 공급업체를 통해서만 자재를 조달토록 하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외자기업에 중국 내 경영활동을 인질로 기술이전을 강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물량공세로 시장을 장악하고 가격 폭락을 유발하기도 했다. 정신 ‘바짝'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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