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8개 주요 연예기획사의 연습생 계약서를 심사해 6개 유형의 불공정약관 조항을 바로 잡았다고 7일 밝혔다. 공정위는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 인기 등으로 연습생 계약이 늘고 있다 보고 지난해 12월 불공정약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SM엔터테인먼트, 로엔엔터테인먼트, JYP, FNC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 등으로 자산총액 120억원이 넘는 연예기획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연습생은 본인 책임으로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연예기획사가 훈련을 위해 직접 투자한 금액에 한해 위약금을 부담하면 된다.
지금까지 JYP, DSP미디어, YG·FNC·큐브·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등 6개사는 연습생의 책임으로 계약이 해지되면 투자비용의 2∼3배 금액인 1억∼1억5000만원을 위약금으로 내게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위약금은 계약 해지 때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손해액보다 과도하게 크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연예기획사들은 연습생 1인당 월평균 148만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이중 교육비용은 91만원 수준이다.
연습생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같은 연예기획사와 전속체결 의무를 지도록 하는 JYP, 큐브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 등 3개사 약관은 우선 협상 의무만 부담하는 수준으로 대폭 완화됐다.
이들 기획사는 계약이 끝난 뒤에 연습생이 전속계약 체결을 거부하면 투자비용의 2배를 위약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일부 연예기획사는 계약 기간이 끝난 뒤라도 연습생이 3년 이내 다른 연예기획사와 전속계약을 하면 위약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 조항이 법률상 보장된 제3자와의 계약 체결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연습생 계약은 연예인 전속계약과 별도 계약인만큼 연습생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JYP, DSP미디어, 로엔·큐브·YG엔터테인먼트에 사전에 해지 사실을 알리고 3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했다. 이들 기획사는 별도 유예기간이나 사전 통지 없이 연습생 계약을 즉시에 해지할 수 있게 약관을 정했다.
이는 연습생에게 계약 해지 사유를 수정할 기회를 보장하고 언제든지 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연습생이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소속 연예인의 명예·신용 훼손을 이유로 연습생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DSP미디어, SM·FNC엔터테인먼트 등 3개사의 약관 조항은 모두 삭제됐다.
계약 해지 근거로 제시된 조항이 지나치게 추상적·포괄적이어서 연습생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는 연예인 계약 관련 법적 분쟁 중 28.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연예기획사는 공정위가 2009년 만든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근거로 이 같은 해지 사유를 명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의 해당 조항도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악용 우려가 없도록 바로 잡을 계획이다.
아울러 계약해지 위약금을 즉시 납부하도록 한 YG엔터테인먼트, 로엔엔터테인먼트 등 2개사의 약관 조항은 삭제됐다. 분쟁 관할 법원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한정한 조항은 연습생 거주지 등 관할권 인정 법원으로 할 수 있도록 조정됐다.
공정위는 이들 기획사 모두 공정위의 약관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조항을 스스로 시정했다고 밝혔다.
선중규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현재 연예기획사의 20% 정도가 연습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번 약관 시정으로 기획사와 연습생 간 공정한 계약문화를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