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가 구축한 글로벌 생태계, 최태원 회장과 박정호 사장이 한 축

2017-03-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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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지난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17'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정호 사장은 "이번 MWC에서도 손정의 사장을 만났다"며 손 사장과 오래전부터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박 사장은 "지난 2009년 미국에서 리먼 사태가 터진 직후 일본에서 만나 저녁을 하며 처음 교분을 텄고,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그 뒤는 내가 필요해서 또 만났다“며 ”어떤 저녁 자리에는 손 사장이 인수한 미국 이동통신사 스프린트 최고경영자(CEO)도 함께 했다“고 밝혔다.
손 사장이 글로벌 규모로 펼치는 사업의 특징은 그 중심에 인간관계를 둔다는 점이다. 손 사장의 절친으로 알려진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놨을 때도, 손 사장은 친구였던 궈타이밍을 앞세워 아이폰의 위탁생산을 홍하이그룹이 맡도록 힘을 썼다. 궈 회장이 지난해 일본 샤프를 인수할 때도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 은행과의 중개역할을 도맡았다.

손 사장은 자신의 인맥을 사업과 연결해 규모를 확장시키는 방법을 구사한다. SK텔레콤과 SK주식회사 C&C가 홍하이그룹과 깊은 관계를 맺은 것도 손 사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K와 홍하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지난 2014년 7월, 홍하이그룹은 SK주식회사 C&C의 주식 4.9%를 취득하면서 SK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홍하이그룹과 전자제품 생산에서 경쟁관계에 있던 삼성전자, LG전자와 달리 SK그룹과 업무 중복이 없어 상호보완 효과가 컸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대만에서 이동통신업체 아시아퍼시픽텔레콤의 대주주였던 홍하이 그룹은 SK텔레콤의 4G LTE 기술에 관심이 더 많았다.

당시 4G 이동통신을 선도한 SK그룹 계열사 SK텔레콤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만 내 이동통신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하이 산하 대만 아시아퍼시픽텔레콤(亞太電信)은 지난해 2월 스페인에서 개최된 ‘MWC 2016’에서 SK텔레콤과 LTE 네트워크 품질 개선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5년 8월에 최태원 회장이 특별사면으로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궈타이밍 회장을 만나면서 양사 협력은 본격화됐다. SK텔레콤이 선보인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의 생산을 홍하이가 맡았고, 2016년 초 중국 충칭(重慶)의 프린터 생산 공장에 SK주식회사 C&C가 개발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도입했다. 이어, 홍하이의 물류 자회사와 글로벌 융합 물류 합작사 ‘FSK L&S'를 설립해 ICT플랫폼 기반의 물류 BPO(업무처리아웃소싱)사업도 시작했다.

홍하이그룹은 일본 샤프(SHARP)를 전격 인수하면서 글로벌 TV·디스플레이시장에 진출했으며, 최근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인수에도 뛰어 들었다. SK와 홍하이그룹의 친분 관계로 양사가 공동으로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와 소프트뱅크 'IoT 규격 맞추기 시작'
SK텔레콤이 지난해 여름 세계 최초로 구축한 사물인터넷(IoT) 전용망 ‘로라(LoRa)’는 미국 반도체업체 셈테크가 주도해 IBM과 홍하이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IoT 통신규격이다.

최근 IoT 시장 선점을 위한 로라 생태계에 소프트뱅크도 이름을 올렸다. 소프트뱅크의 경쟁사인 NTT도코모와 KDDI가 모두 IoT 전용망으로 또 다른 통신규격 ‘NB-IoT’를 밀고 나가는 가운데, 소프트뱅크는 홍하이, SK텔레콤이 채택한 로라를 선택했다. 향후 SK텔레콤과 로라망을 통한 한일 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SK텔레콤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추진 중인 양자암호통신(퀀텀) 생태계에 노키아, 도이치텔레콤에 이어 소프트뱅크도 조만간 합류한다.

IT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영국 ARM 홀딩스가 IoT 시장 개척에 나서는 가운데 SK텔레콤과 소프트뱅크가 IoT 규격을 서로 맞춘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며 “손 사장이 20년 뒤 1조(兆)개의 칩을 뿌려 IoT 패권을 쥐겠다는 구상과 함께 가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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