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참 바쁘게 보냈던 한 해였다. ‘돌아와요 아저씨’를 시작으로 ‘화랑’과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까지. 최원영에게 2016년은 그 어떤 배우보다도 많은 작품으로 대중들을 만나온 배우다.
최근 KBS2 월화극 ‘화랑’과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같은 주에 종영을 맞으며 잠시 숨고르기에 나선 최원영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화랑’ 막바지 촬영과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초창기 촬영이 두 달 정도 겹쳤었어요. 지난해 여름 유난히 무더웠는데 허허벌판에서 촬영하면서 두꺼운 도포를 입고 상투 틀고, 수염 붙이면서 굉장히 더웠던 기억이 납니다. ‘화랑’ 촬영 중에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도 들어가야 했는데 스케줄을 조율하면서 왔다갔다 했었어요. ‘월계수’에서는 한여름에 가죽바지와 가죽잠바를 입고 장발머리를 했는데 그때 살이 많이 빠져서 저절로 다이어트가 됐다. 최근엔 날씨가 추워서 다시 쪘어요. (웃음) 더위에 너무 고생을 해서 땀을 많이 흘리고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최원영은 웃다가 찡그렸다가, 촬영 당시의 즐거웠고 힘들었던 기억을 회상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너무도 다른 두 캐릭터(안지공, 성태평)를 연기하는 게 녹록치 않았음에도 최원영은 연기 내공으로 유연하게 소화해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한때 잘나가던 록가수 성태평을 연기하면서 최원영은 세계적인 록밴드 너바나의 커트코베인을 보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역할을 맡으면서도, “흥미로웠어요”라며 역할에 흠뻑 빠져 지냈다.
“성태평이라는 캐릭터가 비운의 스타 였잖아요. 그래도 과거의 영광으로 록스피릿이나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허세가 있고 궁상스러움이 묻어있는 생계형 빈곤 가수요. 그런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현실에서도 있을 법 하잖아요. (웃음) 첫 회부터 녹음실에 가서 노래 녹음하고...처음엔 어려웠는데 계속 하다 보니 즐겁더라고요. 제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30%를 넘어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 때문에 예고됐던 50회에서 4회가 연장됐고, 8개월의 시간을 쉼없이 달려왔다. 체력적인 부담감은 없었을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한 켠으로는 익숙해짐이 있어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보통 저희가 고정 녹화날이 있는데 그땐 자연스럽게 촬영장을 나가게 되더라고요. 장기간 나가다가 갑자기 안 나가면 일시적으로 공허함이나 허망함이 있을 수 있거든요.(웃음) 드라마를 하다보면 지치고 힘들 때 고비의 순간이 올 수 있는데 30회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생각하니 힘을 내게 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동건 씨는 즐거웠는지 ‘100회 더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최원영이 긴 레이스를 달려오는 지난 시간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아내인 배우 심이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2월 결혼 후 벌써 3년차가 된 최원영 심이영 부부는 지난해 유독 많은 작품에서 얼굴을 내비쳤다. 두 사람 모두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잖아요”라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특히 부부가 한꺼번에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들과 만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일반인이 아닌 연기를 해야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터.
“계획을 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우연처럼 누가 일을 하면 누가 일을 안 하고 이런 것들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더라고요. 사실 저희같은 배우들은 비정규직 근로자잖아요. 저희 부부 모두 그렇고요.(웃음) 그렇다보니 주어진 일이 있을 때 열심히 해야 하거든요. 하하하.”
그리고는 많은 제작자들이 최원영을 끊임없이 찾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상상 이상으로 솔직한 대답을 내놨다.
“가성비가 좋잖아요. 하하하. 어떻게 보면 제작하시는 분들도 하나의 산업을 하시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니 공통적으로 느끼는 현실적인 부분들을 배제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런면에선 제가 꽤나 효율적으로 쓰이거든요.(웃음) 제가 쓰여질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는 게 제 임무인 것 같아요.”
3년 전 아내인 심이영과의 결혼 후 삶은 분명 달라졌다. 그리고 첫 아이를 낳고 난 뒤 아빠가 됐을 때는 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연기해왔다고 말한다.
배우 최원영은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자신만의 색깔로, 이질감없이 소화해낸다. 참 다양한 매력을 뿜어내는 배우라고 감히 자신할 수 있다. 그래서 물었다. 자신은 어떤 매력이 있는 배우인 것 같냐고.
“카메라 앞에서 배우가 연기할 때는, 자신감과 믿음이 없으면 시작하기 어렵잖아요. 어쩔땐 신기해요. 제 안에 그런 뻔뻔함이 있나 싶다가도 돌아서면 또 창피하고 민망하기도 하고요.(웃음) 사실 저는 아직도 저의 매력이 뭔지를 모르겠어요. 배우로 그 매력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알고 있는 최원영의 연기자는 다양한 색깔이겠지만, 나만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 걸 꺼내서 보여드릴 때는 흐뭇함이 있어요.(웃음)”
최원영은 아직도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가 많다고 말한다. 차기작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한 달 이상은 쉬지 못하겠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천상 배우였다. 더 다양한 연기로 대중들을 만나고 싶다는 그에게서, 시간이 지나도 지치지 않는 무언의 연기 열정이 느껴졌다. 배우를 ‘비정규직 근로자’라고 말하면서도,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어둠과 불만의 키워드를 깨버리겠다고 말하는 그다.
“인생을 살다보면 즐겁지 않더라도, 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잖아요. 원래 제가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달라진 것 같아요. 언제나 긍정적이고 재미있게 즐기면서 연기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