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도 든든’ 왕정훈 “이제 자부심 생겨…세계 톱10 목표”

2017-02-2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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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왕정훈.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프레스센터) = "세계 톱10 진입이 목표다."

‘골프 유목민’ 왕정훈(22·한국체대)이 든든한 후원사를 얻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필드를 나설 수 있게 됐다.

왕정훈은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왕정훈-애플라인드 후원 조인식’에 참석해 애플라인드와 의류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후원사가 없어 로고가 없는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섰던 왕정훈은 이제 국내 브랜드의 후원을 받으며 당당히 필드에 선다. 왕정훈이 해외 유명 브랜드가 아닌 ‘토종’을 선택한 이유도 ‘기특한’ 의미가 크다. 왕정훈은 “해외 브랜드에서 러브콜이 많이 들어왔지만, 국내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결정했다. 이제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왕정훈은 남다른 성장 과정으로 유명하다. 필리핀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왕정훈은 16세 때 프로에 데뷔해 중국과 아시아 투어를 뛴 뒤 지난해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에서 활약했다. 세계 구석구석을 누빈 왕정훈이 다닌 국가는 수 십여 개국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붙은 별명인 ‘골프 유목민’에 대해서도 “전혀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해외에서는 ‘코리안 스나이퍼’라고 부르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만 20여 개국을 다녔다는 왕정훈은 “어렸을 때 고생을 좀 했었다. 그런 고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많이 떠돌았던 것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지금 다 보상을 받는 것 같다. 고생했던 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왕정훈은 지난해 하산 2세 트로피에서 극적인 우승을 일궈낸 뒤 모리셔스 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을 거두며 2016 EPGA 투어 신인왕에 등극했다. 또한 지난 1월에 막을 내린 유러피언투어 커머셜뱅크 카타르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올라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승을 달성했다. 현재 남자 골프 세계랭킹 42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세계랭킹 보유자다.

특히 왕정훈은 1999년 12번째 대회에서 EPGA 투어 통산 3승을 기록한 타이거 우즈 이후 최소 경기인 29개 대회 만에 EPGA 투어 통산 3승을 거뒀고, 투어 사상 세 번째로 어린 나이(21세 144일)에 통산 3승을 올린 선수로 기록됐다.

왕정훈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전 자격도 얻었다.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는 메이저 대회 출전 자격이 보장된다. 3월 말까지 이 랭킹을 유지하면 마스터스에도 처음으로 나갈 수 있다.

왕정훈은 “50위 안에 들면서 모든 면에서 다 편해진 것 같아 좋다”며 “큰 대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한국 태극기를 달고 참가한다면 더 영광스러운 일이다. 자신감이 많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왕정훈은 올해 목표를 지난해 성적 이상으로 잡았다. 그는 “지난해 2승을 했는데, 올해는 PGA와 유럽피언 투어에서 2승 이상 하는 것이 목표”라며 “더 크게는 세계랭킹 10위권 안에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진출에 대해서도 “항상 도전하고 싶은 무대다. 올해 잘하면 미국으로 빨리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왕정훈은 다음 달 2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에 참가하기 위해 또 장거리 비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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